[사설] SOC 민자유치, 다음 세대에 부담 떠넘기나

입력 2013-10-06 18:01

우선순위 따져 완급조절하고 기존 교통망 활용도 높여야

정부가 제2 경부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민간자본을 대거 유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적자가 악화되면서 재정투입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OC의 민자사업 전환은 사안별로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 과거 민자로 추진된 SOC 사업들의 적자보전에 지금도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당장의 경기부양 효과나 지역구민의 민원에 급급해 미래 세대에게 두고두고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경부고속도로의 상습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제2 경부고속도로는 경기도 구리에서 세종시를 잇는 총연장 129㎞의 도로로 총 사업비가 6조8000억원에 이른다. 사업방식은 민자를 원칙으로 추진하되,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투자에 참여하거나 재정 투입 비중을 높여 통행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서 민자유치건설 보조금을 올해 6523억원에서 1조1639억원으로 78.4% 증액했다.

정부는 평택∼부여 간 제2 서해안고속도로(사업비 2조5457억원)도 민자사업을 전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던 신안산선 복선전철 건설 사업(2조3000억원)도 민자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현재 민자적격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가 13조원에 이르는 수도권급행고속철도(GTX)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민자로 추진할 방침이다.

민자사업이 확대될 경우 아무래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국민들의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혈세 낭비의 주범으로 비난받아온 최소수입보장제(MRG)를 2009년 폐지했기 때문에 사업자는 어떻게든 요금을 높게 책정하려 할 것이 뻔하다. 인천공항고속도로, 미시령 터널,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을 보면 운전자들이 치러야 할 부담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과거 민자 SOC 사업이 교통망 확충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수요예측 탓에 그 자체가 적자를 쌓아가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30여개나 된다.

따라서 새로 추진하는 SOC 사업을 섣불리 민자사업으로 돌리기 전에 사업타당성뿐만 아니라 투자우선순위 등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라 할지라도 재정적자 부담을 감안해 우선순위별로 사업시행을 늦출 수 있다. 제2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기존 경부고속도로의 서울 구간 진입금지 기간과 시간을 러시아워대로 변경함으로써 체증을 완화하는 등의 대안을 먼저 모색할 필요도 있다. 제2 서해안고속도로의 교통수요도 KTX 호남선의 수송분담률을 높임으로써 어느 정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SOC 건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부 관행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건설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0% 이내로 낮아져야 한다고들 한다. 건설업의 연착륙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