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이 보이지 않는 한수원의 도덕적 해이

입력 2013-10-06 17:55 수정 2013-10-06 23:11

원전비리와 관련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평균 수뢰액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이 6일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사한 이후 금품수수로 기소된 직원은 모두 45명으로 이들이 받은 뇌물 액수는 총 46억3600만원에 이른다. 직원 1인당 1억300만원 꼴로 최근 수사통계에 의한 중·하위직 공무원 평균 수뢰액의 7∼8배 수준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지난여름의 전력대란이 다 복마전 한수원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도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끝이 없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각종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은 한수원 직원은 해임 7명, 정직 6명, 감봉 18명 등 49명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자 외려 현지 경찰에 행패를 부려 나라 망신을 시킨 직원들도 있고, 퀵 서비스로 뇌물을 받은 간 큰 직원도 있다. 한수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징계는 경미하기 짝이 없다. 사실상 비리를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에게 그 고통을 안겨주고도 한수원은 올해 200%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비리로 퇴사한 임직원들에게는 거액의 퇴직금까지 챙겨줬다. 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대학생 자녀 무상·융자 학자금으로 무려 200억원이나 지원받았다. ‘신의 직장’이 아니라 ‘신도 부러워할 직장’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사내 기강이 이 지경이니 사고가 나는 게 당연하다. 한수원은 민주당 추미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최근 10년(2004∼13년)간 181건의 원전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88건)가 운영 및 정비 미흡 등으로 인한 인적사고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한수원 조직문화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고서는 임직원들의 비리와 원전사고를 막을 수 없다. 공기업의 비리와 부실경영으로 인한 손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들 혈압만 높이는 한수원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