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FA의 아버지’ 마빈 밀러
입력 2013-10-06 17:33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추신수의 몸값을 예상하는 기사가 연일 신문 지면을 달구고 있다. 계약기간 6년 및 1억 달러(약 1071억원) 이상의 장기계약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계약 규모를 두고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뉴욕 메츠 등 추신수를 원하는 구단들 사이에 눈치싸움이 벌어진 분위기다.
그런데, 추신수를 비롯해 선수들에게 대박을 안겨줄 FA 제도가 프로야구에서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869년 메이저리그가 탄생하고 나서 100여년이 지난 1976년에야 비로소 6년 이상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의 경우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구단의 소유물과 다름없었다. 선수의 거취나 연봉은 구단이 거의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메이저리그에 허용한 반독점 면제 혜택 때문이었다. 이후 구단이 선수의 거취를 임의대로 결정하는 ‘보류 조항’이 독과점금지법 위반이라는 역사적 판결을 받아낸 데는 당시 선수노조 위원장 마빈 밀러의 공이 절대적이다.
밀러는 미국에서 강성으로 꼽히는 철강노조와 자동차노조 등에서 협상가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68년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위원장이 된 그는 16년간 노조를 이끌며 선수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3번의 스트라이크와 2번의 직장폐쇄 끝에 FA제도 도입 외에 선수들의 최저연봉을 올리는 한편 메이저리그 중계권 등 구단 수입의 일부를 선수 연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외야 펜스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만들어 선수 부상을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그는 홈런왕 베이브 루스,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과 함께 메이저리그를 바꾼 3대 인물로 꼽힌다. 특히 현대적인 스포츠 비즈니스 기반을 만들어 놨다는 점에서 야구는 물론 프로 스포츠 전반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아직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사망하기 전까지 그는 몇 차례 후보로 올랐으나 선수노조를 키운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 구단주들의 반대 때문에 늘 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타계 이후 전·현직 메이저리거들은 물론 커미셔너, 구단주들까지 그의 업적을 평가하며 명예의전당 입회를 주장하고 있어 2014년 초 등재될 전망이다. 추신수를 비롯해 FA로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FA의 아버지’ 마빈 밀러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