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NGO 대표에게 듣는다] ② 한국 컴패션 서정인 대표
입력 2013-10-06 17:38
“출범 10년만에 후원자 12만명… 기적이죠”
컴패션의 한국 대표인 서정인 목사에게 “후원을 받던 나라에서 후원하는 나라로 새롭게 출발한 지 10년 만에 12만명이 넘는 후원자를 얻고 컴패션 내에서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후원국가가 된 것에 만족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족이 아니구요, 압도적(overwhelm)입니다. 하나님께서 마치 조지 뮬러에게 수많은 기도의 응답을 주셨던 것처럼 한국컴패션의 10년 동안 놀라운 일을 하셨습니다. 제가 기뻤을 때만 아니라 진짜 힘들었을 때에도 나를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게 하셨어요. 돈에 관해, 사람에 관해, 사건에 관해….”
4일 서울 한남동의 컴패션 사옥에서 만난 서 목사는 지금도 세계 곳곳의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불러주셨다고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돌고 감격스럽다고 고백했다. 컴패션 설립자인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일기장에 남긴 고백, ‘한 어린이의 손을 잡은 내게 한 나라가 바뀌는 것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구절이 연상됐다.
한국에서 시작된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컴패션은 현재 전 세계 26개국에서 130만명의 어린이를 돕고 있다. 한국은 86만명의 후원자가 있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의 후원국이다. 서 목사는 2003년 컴패션이 한국에 다시 설립될 때부터 대표를 맡아왔다.
“제 방에서 노트북 하나 놓고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었어요. 보건복지부에 법인 설립 신고를 하러 갔는데 수십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좌절이었죠. 한국에는 아무런 끈이 없으니 첫 2년반은 정말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매일 실패하는 꿈만 꿨죠. 그러다 하나님의 때가 되어서 그런지 하나님이 펼치시더라구요.”
컴패션의 급성장은 다른 NGO들도 주목했다. 특히 어린이 양육에만 집중하고 현지 어린이센터인 지역교회를 통해 가난으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에게 ‘너는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예수님의 마음을 가르치는 것은 정체성을 고민하는 다른 기독 NGO들에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후원자를 확보한 비결은 뭔가요.
“어떤 전략과 기획이 있느냐, 어떤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묻는데, 거기에 비결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컴패션의 사역이 살아 있는 생명력이 있다면, 그 감동이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그 파급효과가 엄청난 거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 그 수를 더하신다고 믿어요.”
-어린이 양육에만 집중하고, 또 현지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건강과 지식 외에도 영적인 양육,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꼭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사실은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을 돕는 데에는 제약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컴패션의 정책과 철학은 한국에서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수립된 것이 많아요. 컴패션이 초기 한국에서 고아원도 많이 짓고 건축도 했는데 그 결과가 뭐냐, 건물이 몇 개냐, 목사 변호사가 몇 명이나 나왔느냐가 중요한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후원자들의 마음일 텐데. 어떻게 이 어린이들을 돌봐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 고민한 끝에 점차 어린이 양육에 집중하게 된 것이죠.”
-이슬람권이나 사회주의 국가 등에 컴패션이 활동하기에는 그런 점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지역에는 다른 기관들이 가서 너무나 잘하고 있어요. 지역사회 개발도 마찬가지구요. 우리까지 거기 뛰어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또 컴패션이 개발한 어린이 양육 프로그램을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다 제공하고 있습니다. 컴패션이 활동하는 곳은 26개 나라지만, 그 밖의 나라에도 컴패션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역교회와 협력해 더 많은 어린이들이 양육받도록 돕고 있습니다.”
-북한을 위해서도 준비하는 일이 있다고 하던데요.
“제가 목사로서 지금의 교회 현실에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남북통일이 된다면 교회를 북한에 세워야 할 텐데, 지금처럼 비판받는 모습이 아니라 배고프고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와 의지할 수 있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컴패션이 그런 모델을 제공하고 훈련을 제공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우리도 많이 울고 깨어지고 변화될 겁니다. 그것이 교회가 다시 소생되는 과정이 되리라 생각해요.”
-통일은 언제 될 것 같습니까.
“누가 알겠습니까. 누구도 예측할 수 없죠. 사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이 일을 위해 지금 전 세계 컴패션이 함께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계획들도 많은데, 이 일이 최고 우선순위라고 한국컴패션이 설득했고,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모두들 동의해주었습니다.”
-다른 NGO들과 유대감이 약하다는 비판도 받던데요.
“NGO들이 공동으로 하는 홍보 캠페인에 저희가 빠지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어린이 양육에만 집중하다보니 때로는 캠페인 성격이 저희와 맞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외에 협의체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함께 훈련도 받으면서 협력은 잘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NGO 중에 컴패션을 후원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뭡니까.
“전 세계 모든 NGO가 생겨난 근본적인 질문이 가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겁니다. 성경에도 가난한 사람은 늘 있을 것이라고 했잖아요. 컴패션은 어린이 한 명, 하나의 인격을 가꾸는 데 집중합니다. 이 일을 하는 저희도 그리스도의 눈으로 어린이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고 총체적으로 양육하려고 합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