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소나무 화가, 16년 만의 ‘외출’

입력 2013-10-06 17:04


충남 홍성이 고향인 창원(蒼園) 이영복(75) 화백은 중학교 3학년 때 ‘들길’ 풍경화로 국전에 참가해 입선했다. 홍익대 동양화과에 진학한 그는 전국 각지의 유서 깊은 소나무를 찾아내 그 기상과 품격을 화폭에 담아냈다. 어린 시절 놀던 솔숲의 기억이 모티브가 됐다. 소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를 만나기 위해 비바람이 몰아쳐도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40여년간 소나무 그리기 외길을 걸어왔다. 철저한 사생을 통해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을 곁들였다. 경북 영주 ‘순흥 금슬송’, 서울 부암동 ‘석파정 고송’, 강원도 인제 ‘방태산 왕소나무’, 충북 충주 ‘단호사 적룡송’ 등을 화폭에 옮겼다. 소나무의 늠름한 기개와 올곧은 정신도 함께 그려 넣었다.

발품을 팔아 그린 그의 ‘소나무’ 전이 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정동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16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500호가 넘는 대작 ‘단호사 적룡솔 서설’을 비롯해 천년송, 금슬송, 효자송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스케치한 소나무 그림 40여점이 출품된다. 작가의 고향 소나무와 억새밭을 그린 ‘환희’ ‘서광’ 등도 선보인다.

소나무는 수령과 환경에 따라 형상이 제각각이다. 그에 맞는 운필과 획이 중요하다. 수피(樹皮)와 둥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흔히 소나무의 수피는 용린(龍鱗·용비늘)에 비유된다. 그의 작품 속 소나무는 당장이라도 용이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작가는 “언제나 품격과 운치를 잃지 않는 소나무의 왕성한 생명력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02-730-7989).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