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국내 첫 파이프오르간 전공 채문경 교수

입력 2013-10-06 17:49


“오르간에서 조화의 정신 배우는 독일인들”

유럽에서 파이프오르간의 역사는 기원전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때 오늘날의 형태로 일반화됐다. 국내에서는 1978년 서울세종문화회관에 처음 대형 오르간이 설치됐으니 그 역사가 40년이 안된다.

세종문화회관 초대 상임 오르가니스트(1978∼1984)를 지낸 이는 베를린국립예술대학에서 오르간을 전공한 채문경(65) 이화여대 명예교수다. 개관 연주회 때 오르간 독주를 하기도 했던 채 교수를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채 교수는 “독일의 경우 특히 파이프오르간 음악이 마르틴 루터의 영향으로 발달했다”며 “아주 작은 교회라도 오르간을 갖추고 있는 등 교회음악을 받쳐주는 핵심적인 악기”라고 소개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예배 등에서 접하니 독일인의 피에는 오르간 음악이 흐르고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피아노가 건반을 두드리는 타악기 성격을 띤다면 파이프오르간은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것이니만큼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관현악기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여러 음색을 내 조합하고 소리의 크기도 조절하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혼자서 내는 것이다.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많이 접해 그것이 갖는 조화와 융합의 정신, 말하자면 조치알 정신을 한국 사람들도 몸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채 교수는 오르간 음악의 한국화에도 관심이 많다. 국내외 연주회를 가질 때마다 가급적 한국 작곡가에게 곡을 위촉한다. 신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이영조 작곡가의 ‘코스모스’와 박영근 작곡가의 오르간과 피리(태평소), 징, 꽹과리를 위한 ‘해후(Come across)’ 등 20곡이 넘는다. 해후는 2005년 한국 초연 후 유서 깊은 독일 남서부 슈파이어 대성당에서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고 했다. 채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 오르간 음악의 한국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세종문화회관 오르간은 당시에도 제작 설치에 6억원이나 드는 고가였고 파이프 숫자만 해도 8000개가 넘는 아시아 최대였기에 크게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이후 피아노나 전자오르간이 줄 수 없는 풍부하고 깊은 맛이 갖는 장점 때문에 명동성당 경동교회 같은 여러 천주교 및 개신교회, 한신대, 이화여대 등 기독 대학을 중심으로 설치가 늘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대형 오르간이 5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손영옥 문화생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