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됐다

입력 2013-10-06 17:32


‘피겨 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됐다. 다만 김연아가 최근 오른쪽 발등 부상을 당하면서 2014 소치 올림픽을 향한 궤도가 수정될 예정이다.

김연아는 내년 2월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완전히 은퇴할 예정이다. 김연아는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미세 손상으로 6주 정도 치료 및 재활이 필요해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에는 불참하게 됐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김연아는 앞서 약 1년 8개월만의 국제 대회 복귀전이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격이 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미리보는 김연아의 2013-2014시즌

◇김연아의 2013-2014시즌 프로그램=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으로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보내주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Adios, Nonino(안녕, 노니노)’를 선곡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지난 7년간 김연아와 함께해온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 안무를 맡았다.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곡인 ‘센드 인 더 클라운스’는 미국의 유명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다. 젊은 시절 아름답고 오만했던 여인이 늙고 영락한 뒤 떠나버린 옛 사랑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로맨틱하면서 슬픔을 담고 있어 김연아의 감동적이고 우아한 연기가 기대된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은메달리스트인 알리오나 사브첸코, 로빈 졸코비(독일) 콤비가 이 곡으로 밴쿠버 올림픽 당시 동메달을 딴 적 있다. 사브첸코 콤비는 이 곡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광대 분장을 하고 출연했는데, 김연아는 좀더 깊이 있는 해석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곡으로는 아르헨티나 출신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대표곡 중 하나인 ‘아디오스, 노니노’를 선택했다. 이 곡은 피아졸라가 1959년 아버지의 타계 소식을 듣고 작곡한 것으로 ‘노니노’는 그의 아버지 애칭이다. 탱고 특유의 격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선율과 아버지를 그리는 아련한 선율이 조화를 이룬 이 곡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 등에서 사용됐다.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종종 사용되지만 김연아가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곡인 듯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김연아가 탱고를 선택한 것은 두 번째. 16살 때 시니어 첫 무대였던 2006-2007시즌 쇼트 곡으로 ‘록산느의 탱고’를 골랐다. 당시 김연아는 어린 나이에 뛰어난 표현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자신의 마지막 대회에서 다시 탱고를 택한 김연아는 더욱 열정적이고 매혹적인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연아의 두 프로그램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태릉선수촌에서 김연아의 훈련 과정을 여러 차례 점검한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들은 “역사에 남을 최고의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원래 ISU 그랑프리 2차 대회와 5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던 김연아가 불참키로 하면서 새 프로그램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관심이 더욱 커진 상태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에 앞서 실전경험 차원에서 NRW 트로피나 4대륙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선수들=전 세계 피겨 전문가들은 이변이 없는 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1984년과 1988년 올림픽 2연패를 이뤄낸 카타리나 비트(독일)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 등 수많은 해외 언론은 소치 올림픽 프리뷰에서 금메달이 확실한 후보로 김연아를 꼽고 있다.

‘골든 스케이트’ 등 해외 유명 피겨 사이트에서는 최근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포디움 정상은 당연히 김연아라는 전제 아래 다른 두 자리를 놓고 토론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애슐리 와그너,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등 톱 랭킹 선수들조차 김연아를 우승 후보로 꼽으면서 포디움의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연아 외에는 역시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포디움에 섰던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와 아사다 마오(일본)가 메달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6세로 최고참에 속하는 코스트너도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코스트너는 트리플 콤비네이션(3회전×3회전) 점프를 구사하긴 하지만 난이도가 낮고 질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23)는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3회전) 점프를 구사한다. 하지만 두 발로 착지하거나 넘어지는 등 성공률이 50% 미만에 불과하다. ISU가 2010-2011시즌부터 룰을 개정해 고난도 점프에 대한 기본 점수를 높이고 고난도 점프 실수에 대한 기본 점수의 감점 폭을 줄인 것은 일본피겨연맹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었다.

이 외에 다크호스로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한 일본의 무라카미 가나코(19)를 비롯해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8), 중국의 리지준(17),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먼드(18) 등 10대 소녀들이 꼽힌다. 또 주니어 피겨 정상을 독점한 ‘러시안 베이비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7),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5) 등도 주목받는 선수다. 2년반 동안 빙판을 떠났다가 미혼모로 돌아온 일본의 ‘불굴의 아줌마’ 안도 미키(26)도 주목해야 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