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라이프치히 토마스교회 볼프 목사 “교회가 사회적 치유 역할해야”

입력 2013-10-06 17:29


독일 작센 주 최대 도시인 라이프치히는 바흐의 도시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가 이곳 토마스교회에서 생애 마지막 27년 동안 칸토르(Kantor·합창지휘자)로 지냈다. 바흐는 토마스교회의 성가대를 가르치고 이끄는 한편, 파이프오르간 연주자로서도 이름을 떨쳤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마태수난곡이 초연된 곳도 여기다. 교회엔 바흐의 무덤이 있다.

바흐 예술의 혼이 서린 토마스교회의 크리스티안 볼프(Christian Wolff) 목사를 지난달 14일 찾았다. 교회 마당 바흐 동상이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만난 볼프 목사는 가죽 재킷 차림의 소탈한 인상이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청동 동상 앞에선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원을 그린 채 서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볼프 목사는 “교회는 독일에서 일종의 문화공간”이라며 “매주 오르간 콘서트와 합창·독주회, 모테트(무반주 다성 성악곡) 공연 등이 벌어진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도 성토마스합창단의 모테트가 있었다. 해외 공연을 갖기도 하는 유명한 성토마스합창단의 공연인데도 입장료는 단 2유로(약 2900원). 시에서 재정 지원을 해주는 덕분이다. 해마다 6월에는 시가 주최하는 국제적 음악행사 바흐 페스티벌이 이 교회에서 열린다.

누구나 큰 돈 들이지 않고 교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정책적 배려를 볼프 목사는 “교회 음악은 몸과 마음, 정신을 재생시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 사회적 치유의 역할을 교회 음악이 담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교회 음악의 기능을 그는 ‘조치알레스 에반겔리움(soziales Evangelium:소셜 가스펠에 해당하는 독일어)’이라는 용어로 요약했다.

볼프 목사에게 조치알 정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수가 생을 통해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교회는 사회 정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프 목사는 독일 교회들이 반전 운동이나 원전 반대 운동, 환경 캠페인 등 현실 참여적인 활동을 벌이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부 신자들은 개인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 기복신앙으로 교회를 다니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볼프 목사는 “그것은 교회를 다니는 목적의 일부분일 뿐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프치히=글·사진 손영옥 문화생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