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국 ‘막장드라마’ 마잉주 총통·행정원장·검찰총장 줄줄이 소환조사

입력 2013-10-04 18:33

대만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국회 도청 파문과 관련해 마잉주(馬英九) 총통,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총리), 황스밍(黃世銘) 검찰총장이 3일 줄줄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대만 역사상 총통, 행정원장, 검찰총장이 동시에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마 총통과 장 행정원장은 증인, 황 검찰총장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번 파문은 마 총통과 정적 관계인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국회의장)이 연루된 권력남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을 황 검찰총장이 마 총통에게 비밀리에 보고한 게 드러나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마 총통은 3일 밤 타이베이 지방검찰청에 소환돼 황 검찰총장이 자신에게 수사 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전했다.

황 검찰총장은 8월 31일과 9월 1일 두 차례 마 총통을 직접 만나 수사 내용을 보고했고 전화를 통해서도 마 총통과 수차례 수사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 내용에는 입법원(국회) 전화 도청 기록과 왕 원장의 통화 내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마 총통이 기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 헌법은 현직 국가 원수는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임기 중 형사 기소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소된다 하더라도 사법절차는 퇴임 후 진행될 전망이다.

야당인 민진당은 이에 대해 “마 총통이 왕 원장을 내치려고 사법 조직을 동원해 뒷조사를 했다”며 “마 총통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총통 탄핵과 내각 불신임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세를 계속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