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굶주림 속 하루 10시간 중노동”

입력 2013-10-04 18:17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4일 국내 법정에서 구체적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피해 할머니들의 사연은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일본 현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일본 후생노동성 사회보험청이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지급한 일명 ‘99엔 소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법정에서 생생한 증언이 이뤄진 것은 광복 68년 만에 처음이다.

양금덕(84) 할머니 등 원고 5명은 이날 광주지법 204호 법정에서 민사12부(부장판사 이종광) 심리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4차 공판에서 일본에 끌려가 노역에 시달리게 된 경위와 당시 참혹한 노역 실태, 귀국 후에도 이어진 고통 등을 낱낱이 증언했다.

양 할머니 등은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열서너 살에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끌려간 뒤 하루 10시간 넘는 중노동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특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린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며 “임금은커녕 성적 노리개인 위안부로 오인 받아 고향에 돌아온 후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는 10년 넘게 할머니들을 지원해온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회원 10여명이 참석해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양 할머니 등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미쓰비스중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자 같은 해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