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후원금 내고 유흥비로 쓰고…회삿돈 24억 빼돌려 펑펑
입력 2013-10-04 18:18 수정 2013-10-04 22:49
회사 자금 수십억원을 쌈짓돈 쓰듯 빼돌려 거래 업체 직원들의 해외여행 경비와 정치인 후원금, 주점 여종업원 외제차 리스보증금 등으로 사용한 건설업자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4일 회사 자금을 횡령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I개발 대표이사 서모(5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I개발에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6차례에 걸쳐 11억여원,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기업인 P산업에서 2009년 5월부터 2011년 6월까지 287차례에 걸쳐 13억여원 등 모두 24억여원을 빼내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회사 계좌에서 인출했다. 서씨는 이 돈을 거래 업체인 대형 건설회사 A사 직원들의 유흥비와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등으로 사용했다. 2010년 7월과 8월에만 A건설사 직원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4400여만원이 회사계좌에서 빠져나갔다. 자산관리팀 S차장의 미국 가족 여행 경비로 1600여만원이 지급됐고, 서씨와 A사 L부장, 주점 여종업원들이 함께 떠난 일본 삿포로 여행 경비로도 1800여만원이 들었다.
또 2009년 7월 민주당 C의원에게 300만원, 2011년 1월 한나라당 Y 전 의원에게 300만원, 2011년 5월 민주당 L의원에게 5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회사 돈으로 냈다. 회사 회계장부에는 후원금이 ‘치과치료’ 등으로 허위 기재돼 있었다. 주점 여종업원의 아파트 구입자금과 고급 벤츠 승용차 리스보증금으로 수천만원을 사용했다.
서씨는 또 자신이 다닌 대학원의 학생 6명을 I개발의 직원인 것처럼 허위 등재해 매달 월급으로 ‘위장’된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이 회사에서 퇴직한 것처럼 가장해 실업급여를 부당 수급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 후원금은 공식 처리된 것으로 확인돼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으며 A건설사 직원들은 자체 감사결과 비위가 드러나 퇴사조치됐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서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