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파고드는 ‘에너지음료 폭탄주’에 취해… 여대생 음주 ‘위험수위’

입력 2013-10-04 18:18


“주 2∼3회 술 마신다. 소주 1병은 기본. 매번 블랙아웃(필름 끊김)을 경험하고 있다.” “술 먹고 지난 1년간 친구, 가족에게 피해를 준 적 있다. 주변에서 ‘술 끊으라’는 권유를 자주 받는다.” “‘소핫’(소주+핫식스)은 취하지도 않고 잠이 안 와 밤새 마실 수 있다. 요즘엔 ‘예거밤’ ‘아구아밤’ 같은 양주+소주 폭탄주도 즐겨 마신다.”

지난 1∼2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대학생 고위험 음주자를 위한 ‘절주 힐링 캠프’ 참가자들이 스스로 밝힌 음주 행태들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보건협회가 올해 처음 운영한 캠프에는 지난 9월 24∼25일 1차 20명에 이어 24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캠프에선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한 ‘알코올 사용 장애’ 선별검사인 ‘오디트-케이(AUDIT-K)’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두 차례 참가자 44명(남 16명, 여 28명) 가운데 16명이 중독 수준인 ‘알코올 남용·의존 단계’에 해당됐고 16명 중 14명이 여대생이었다. 음주습관 등 10개 문항 평가를 점수화한 오디트-케이는 ‘정상 음주’(남 0∼9점, 여 0∼5점), ‘위험 음주’(남 10∼19점, 여 6∼9점), ‘알코올 남용·의존’(남 20∼40점, 여 10∼40점)의 3단계로 구분된다. 세 번째 단계는 전문 병·의원이나 알코올상담센터 등에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오디트-케이 검사에서 ‘33점’이 나온 김모(전남 나주 D대 2학년·여)씨는 “스트레스 받으면 멈추지 않고 마시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보건협회 관계자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증가와 맞물려 여대생 음주도 늘고 있는데, 학업이나 취업 압박을 똑같이 받지만 시간적으로 더 여유로운 1, 2학년생들이 특히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보건협회가 전국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음주실태를 조사한 결과, 알코올 남용·의존 단계로 추정되는 ‘오디트-케이’의 점수 비율이 남학생은 8.2%, 여학생은 28.3%로 여대생이 3배 이상 높았다.

여대생들의 고위험 음주는 최근 대학가에서 유행하는 ‘에너지드링크 칵테일(일명 폭탄주)’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요즘 여대생들 사이에 소맥(소주+맥주)이나 막사(막걸리+사이다) 등 기존 칵테일을 넘어 고카페인 음료와 소주를 섞는 ‘소핫’, 예거 마이스터나 아구아 같은 양주와 소주를 혼합한 ‘예거밤, 아구아밤’ 같은 ‘신종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페인 음료를 술과 섞어 마시면 또 다른 오용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으로 넘어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에너지음료에 든 카페인이 두통 등 알코올 부작용을 줄여주는 각성 효과 때문에 술을 계속 마시게 만들어 알코올에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심혈관에 자극을 주는 카페인의 부작용을 강화시켜 불안, 초조 등 정신 문제는 물론 탈수와 부정맥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평=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