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證 영업정지 검토·거액 인출”… 경영진 ‘모럴 해저드’
입력 2013-10-04 18:14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동양그룹은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이후에도 시장성 단기자금을 5000억원 이상 조달했고, 위기를 맞은 그룹 수뇌부는 사욕만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동양의 법정관리 사태는 건설·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미상환 시장성 단기자금(회사채,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은 지난달 말 기준 총 2조1417억원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지난 8월 말부터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말 사이 단기자금의 발행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양그룹의 회사채·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발행액은 4470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티와이석세스가 발행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969억원)를 더하면 5440억원으로 불어난다. 하이투자증권 김익상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의 손실 문제가 불거지면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양증권 노동조합은 동양그룹 경영진의 부도덕함을 잇따라 폭로하고 있다. 노조는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직후 동양증권의 개인 대여금고에서 거액을 인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을 찾아 본사 대여금고에 보관한 현금을 큰 가방 4∼5개에 채워 가져갔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업어음 빚을 갚으려고 가족 생활비 통장까지 털었다”고 밝혔었다.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은 지난달 30일 법정관리 신청 소식에 자사 지분이 반대매매될 것을 우려, 3시간 동안의 영업정지 검토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들이 담보로 잡은 동양증권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였던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 사장이 대주주만을 보호하기 위해 부도덕한 지시를 내렸는데, 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동양증권 측은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는 풍문이 많지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고,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많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조는 현 회장과 정 사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알고도 묵인한 점을 문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현 회장 일가가 추석 전날까지도 동양이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동양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판매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동양증권을 포함한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앞날을 어둡게 본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5개사 중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청산 과정을 밟을 전망이다. 대규모 자금 인출과 불완전판매 관련 소송에 신음하는 동양증권은 신용등급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양증권 직원들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피해 고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