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집단적 자위권 신중 대응 왜?

입력 2013-10-04 18:11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에 미국 정부가 공식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동북아 역내 안보 질서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중국을 자극시켜 결과적으로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원칙적이고 신중한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향후 상황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에 대한 공식논평 등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4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일본 동향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정부는 관련 논의가 일본 평화헌법의 이념 하에서 과거사에서 비롯된 주변국들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이처럼 원칙적 수준의 대응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집단적 자위권 자체가 미·일 군사동맹의 전략적 차원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군과의 연합방위력 강화 추진 차원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고, 미국 역시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일본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환영한 상태다. 또 주일미군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한·미동맹과도 포괄적으로는 관련돼 있는 사안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기지가 주한미군의 보급창구이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보급루트가 훨씬 안전해지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현 시점에선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큰 그림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이 드러난 게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안보와 평화 안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선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과 맞물리면서 중국을 더욱 자극시켜 중·일 간 군비경쟁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미·일 군사동맹이 위험한 길로 향하고 있다고 경계심을 표시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 정부로서도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입장에선 집단적 자위권이 한·미·일 3각 군사공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중국을 의식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선 다른 문제다. 우리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환영할 수도, 우려를 나타낼 수도 없는 근본적 이유는 ‘포괄적 전략동맹’인 미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중국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연함을 발휘하되 미국과는 2+2회의(외교·국방장관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양국간 외교·군사정책을 장기적이고 치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