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방위, 박 대통령 실명 거론 비난 “정치인에 맞게 입 놀려야”

입력 2013-10-04 18:11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박근혜도 정치인이라면 세상만사를 똑바로 가려보고 격에 맞게 입을 놀려야 할 것”이라며 “함부로 내뱉는 악설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불소나기를 자초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 군대와 인민은 우리가 정한 목표를 따라 우리식대로 세계가 부러워하게 강성한 나라를 일떠세우기 위하여 핵무력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굳게 틀어쥐고 변함없이 전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른바 ‘병진노선’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세계 어느 나라도 상대방의 최고 지도자에 대해 이와 같이 함한 말로 비난하는 경우가 없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면 상호 존중의 정신에 입각해 품격 있는 언행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지난 7월 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기자 문답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북한이 올 하반기 한반도 긴장 완화국면에서도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비난은 남한의 최고 지도자인 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대북인식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정부는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면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해 북한 정권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이자 대미(對美) 메시지를 주로 내보내는 국방위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성명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시각도 많다. 중국을 통한 북·미 대화 또는 6자 회담과 같은 대화 틀에서 미국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해 ‘항구적 체제보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비핵화가 이뤄지면 북한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다음 날 성명을 발표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