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稅收 6조 ‘펑크’… 시름 깊어지는 정부

입력 2013-10-04 18:04


올 들어 8월까지 세금이 지난해보다 6조원가량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10조원 규모의 부족분이 발생한 상반기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 세수부족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할 예정이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수부족 여전, 하반기 경기회복에 목 매는 정부=국세청이 4일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8월까지 걷은 세금은 129조65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조5080억원)보다 5조8534억원 줄었다. 세수 진도비는 65.1%로 전년 동기(70.5%)보다 5.4% 포인트 낮았다. 지난해보다 7조9000억원 덜 걷혔던 7월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법인세가 30조5763억원으로 지난해(34조2406억원)보다 3조6643억원 덜 걷혀 세수부족분의 62.6%를 차지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다만 법인세 중간예납(기업이 납부할 법인세 일부를 중간에 미리 납부하는 제도) 실적은 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7조원)보다 소폭 늘었다. 소득세도 31조8182억원이 걷혀 전년 동기(31조3618억원)보다 4564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기대를 건다. 2분기 성장률이 9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섰고 민간소비도 올 1분기(1.5%)와 2분기(1.7%)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부가가치세 세수가 늘었고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도 지난해보다 양호했다”며 “하반기에 본격적인 추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또 매년 4조∼5조원 발생하는 세출불용액을 활용하면 세수부족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요 기관, 내년 경제성장률 줄줄이 하향 조정=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세수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8일 발표하는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3.9%에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국의 계속된 경기침체로 수출 등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전망치의 주된 근거로 삼았던 한국은행 역시 조만간 내년 성장률을 기존 4.0%에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3.6%), 한국경제연구원(3.4%)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성장률을 낮게 잡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로 3.9%를 제시한 정부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정부가 내년에도 낙관적 전망에 기대 세수를 과다 추계했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내년 예산안과 관련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 편성 때 3.9% 성장률을 근거로 내년 세입예산을 올해(210조4000억원)보다 8조1000억원 늘어난 218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에 이어 내년 세계경제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본 인식은 같다”며 “경기회복에 따라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