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왼손도 모르게… 정홍원 총리의 ‘기부 행보’

입력 2013-10-04 18:00


정홍원 국무총리의 ‘기부’ 행보가 의미심장하다. 총리로서의 업무 첫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던 그는 이후에도 해외 참전용사 후손들과 장애인재단 등에 격려금을 전달하는 등 ‘기부총리’로 자신을 각인시키고 있다. 게다가 그의 기부 사실들은 총리실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격려금 등을 전달받은 단체로부터 알려지면서 의미가 배가되고 있다.

추석을 앞뒀던 지난달 13일 이호영 총리비서실장은 정 총리의 지시를 받고 3곳의 다문화편모 가정과 모자 가정을 찾아 격려금을 전달했다. 대상자는 경기도 양평군의 베트남 여성 누엔티 꾸이(24)씨와 서울 강서구의 필리핀 여성 안드리드 리젤(28)씨, 그리고 경기도 남양주시의 이계숙(39)씨였다.

꾸이씨는 2008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으나 임신 상태에서 남편이 사망해 혼자 당뇨와 척추협착증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 유복자인 아들과 살고 있고 리젤씨도 한국인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있는 가운데 두 아들과 월세 3만원의 단칸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4일 “정 총리가 해외에서 시집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렵고 힘든 국민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중학 2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두 딸과 살고 있는 이계숙씨는 간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상황에서 정 총리의 격려를 전달받고 “두 딸에게 큰 용기와 꿈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일회성 격려금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기존 정치인 등의 관행과는 사뭇 다른 점이다. 지난 4월 정 총리는 남편의 갑상선암 수술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 북가좌동의 한 가정을 찾아 격려한 바 있는데 얼마 전 근황을 확인한 뒤 다시 생활비와 학비에 보태 쓰라며 격려금을 보내줬다.

여러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책임총리’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최소한 ‘기부총리’로서는 부끄럽지 않은 행보로 보인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