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초본, 2008년 1월 靑 회의 후 삭제한 듯

입력 2013-10-04 17:59 수정 2013-10-04 22:39


참여정부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해북방한계선(NLL) 영토선 논란’이 확산되자 2008년 1월 회의를 열고 대통령의 정식 재가를 받은 대화록(일명 ‘초본’) 수정과 삭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대화록 수정·삭제가 단순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록 초본 2008년 1월 삭제 정황=4일 검찰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됐다 반납된 참여정부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 이지원(e-知園)에서 찾은 대화록 2건은 각각 2007년 10월(삭제본)과 2008년 1월(수정본)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2건의 대화록은 모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지원에 정식 등록됐고 이 중 2007년 10월 작성된 대화록의 삭제는 이듬해 1월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은 대화록(초본)이 이지원에 등록됐다 삭제되고 다시 새로운 대화록이 탑재되는 과정에 청와대 기록물 관련 핵심 인사들의 회의가 있었던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지원 개발에 관여했던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지원 시스템에 2008년 1월 ‘초기화’ 기능이 더해졌다”며 “이명박 정부로 인계할 때 국가기록원으로 넘겨야 할 기록 외의 불필요한 자료들이 초기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1월 초기화 기능이 생긴 후 대화록의 수정과 삭제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검찰은 대화록 수정·삭제 배경에 당시 정치권을 강타한 NLL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11일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충격적”이라며 “대통령의 시각조정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청와대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원칙대로 NLL을 지킨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NLL 영토선 문제는 그해 국정감사 최고 이슈가 됐다.

◇참여정부 인사, “삭제 대화록은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참여정부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기록원에는 최종본만 이관되기 때문에 초안이나 작성 중인 문서는 당연히 이관되지 않는 것”이라며 “고의로 삭제하거나 뺀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명균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만든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말하는 사람과 내용이 바뀐 부분이 있어 여러 차례 수정작업을 거쳤다”며 “(초본은)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삭제하고 이관을 안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봉하 이지원은 ‘이지원 원본’을 복사했기 때문에 삭제된 초안이나 문서목록 등이 남아 있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찾은 삭제본이 최종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중간 문서’라는 뜻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사전준비회의에서 “사초 실종의 전말은 의도적인 폐기”라며 “정치생명까지 걸겠다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현 상황에 일언반구도 없는 건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전웅빈 손병호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