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화록 초본 열람후 결재했다”
입력 2013-10-04 17:55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만들어진 대화록(초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공식 기록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화록 초본의 명확한 성격과 삭제된 배경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이 보관 중인 정상회담 녹음 파일을 직접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4일 “대화록 초본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최종본이자 완성본이다. 초본이니까 수정한 뒤 삭제해도 된다는 개념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찾아낸 대화록 초본의 삭제 흔적과 청와대 회의자료 등을 분석해 대화록이 삭제된 시점 및 경위 등을 상당 부분 파악했다. 2007년 10월 국정원이 정상회담 녹음 파일을 풀어 보고한 대화록 초본은 청와대 결재 라인을 거쳐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대통령의 결재가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한 달여를 앞두고 열린 국가기록원 이관 기록물 분류 관련 회의에서 본인이 승인했던 대화록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청와대는 2008년 1월 외부 업체를 통해 53개 항목을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지원에 설치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은 대화록 초본이 한동안 이지원에 보존되다가 삭제된 만큼 대화록이 단순히 오탈자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수정됐거나 실수로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초본 파기 후 만들어진 수정본이 국가기록원이 아닌 사적 공간(봉하마을)으로 옮겨진 배경도 동일선상에서 인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관련자 조사를 해봐야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삭제) 지시를 받아 이행한 실무자 역시 공범”이라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