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후유증… 당신 가정은 괜찮습니까

입력 2013-10-04 18:32


전문가들이 말하는 ‘명절이혼 예방’ 노하우

사례1 올해로 결혼 5년차인 31세의 K씨는 맏며느리다. 지난 추석에 남편과 남매를 데리고 시골 시댁을 찾았다. K씨가 문을 들어서자 시댁 식구들은 다른 방으로 남편과 아이들만 데리고 들어가 버렸다. K씨 앞에는 명절음식 재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하루종일 시댁 식구들과 말도 섞지 못하고 혼자 요리만 하다 돌아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종살이’에 지쳤다”며 K씨는 추석 연휴가 끝나자 이혼을 결심하고 법원으로 향했다.

사례2 45세의 O씨는 종갓집 맏며느리다. 명절 때마다 시댁에 가면 울화가 치민다. 남자들은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며느리들만 일을 한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명심보감 안의편을 들먹였다. “부모 형제는 수족과 같아 잘라낼 수 없지만 아내는 옷과 같아서 찢어지면 갈아입으면 그만이야.” O씨는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를 모두 결혼시킨 후 이혼을 하겠다고 재차 결심했다.

지난해 대상FNF ‘종가집’이 주부 331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에 가장 스트레스 주는 것’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응답이 ‘과도한 가사노동’(38명)이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12년 설이 있었던 1월 이혼 건수는 9013건이다. 설을 보내고 2∼3월에는 300∼500건 늘었다. 4월에 8500건으로 줄었다가 추석을 지내고 10월에 9600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봐도 설과 추석을 지낸 직후인 2∼3월과 10∼11월 이혼 건수가 전달보다 평균 11.5% 정도 많았다.

소위 ‘명절 후 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명절 스트레스, 가사 분담, 시댁이나 친정에 대한 소홀함 등을 그 원인으로 꼽지만 가정사역자들은 이혼의 문제를 명절에만 책임지울 문제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나사렛대 상담센터 최지영 교수는 “평소 사이가 좋았던 부부가 명절 때문에 이혼으로 갈라서는 건 아니다”며 “평소에 쌓였던 불만들이 명절이 계기가 돼 이혼을 촉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어머니 입장에선 며느리도 내 가족이므로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며느리는 남의 가족 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남편도 ‘명절이라고 1년에 두 번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시어머니, 며느리, 남편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서로 잘하는 게 중요하다. 최 교수는 “부부 사이에 이해와 공감 훈련이 필요하다. 평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요약해주고 거기에 ‘그래서 당신이 이랬겠구나’라고 공감해준다면 마음이 풀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두란노어머니학교 본부장 한은경 권사는 “남편의 감정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을 감정으로 맞서면 깨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 권사는 최근 두란노에서 출간한 ‘당신 참 괜찮은 아내야’를 통해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22가지 노하우를 공개했다. “남편들이 원하는 것은 존경, 인정, 안식이다. 이를 아내가 채워준다면 남편은 아내 편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인천 행복나무교회 김주찬 목사도 상대방 입장을 공감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의 가장 강력한 표현은 언어다. 수고했어, 고마워, 많이 힘들겠구나 같이 인정하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