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별들의 고향

입력 2013-10-04 17:37

유명을 달리한 작가 최인호의 명작인 ‘별들의 고향’은 한 젊은 여성의 성적 편력을 통해 1970년대 소비문화의 문제점을 드러낸 애정소설이다. 신문 연재소설에서 출발해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도 덩달아 인기 절정을 달렸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유신 초기 기댈 곳 없었던 젊은이들의 영혼의 도피처 역할도 했음직하다.

주인공 ‘오경아’의 쓸쓸한 주검을 인수하고 감회에 젖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사실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어찌 보면 제목과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사실 문학에서 ‘별’이란 희망과 순수의 표징으로 통한다. 여러 남자를 거치면서 술집 여급으로 전락한 뒤 비극적 최후를 맞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치고는 생뚱맞은 제목이다. 원래는 ‘별들의 무덤’이었는데 신문소설로 적합하지 않다고 바꿨다는 얘기도 있다.

별이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은 단연 알퐁스 도데의 ‘별’이 아닐까. 순진한 목동과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이야기로 도데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실려 학창시절 모든 젊은이에게 문학청년의 꿈을 가질 수 있게 한 역작이다. 사람의 순수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유리처럼 투명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원문을 보면 마치 시처럼 문장이 아름답다. 그의 대표작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인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킨 걸작이다.

프랑스에 도데가 있다면 한국에는 민족시인 윤동주가 있다. 최인호의 연세대 영문과 선배이기도 한 윤동주는 별을 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시인이다. 앞길이 캄캄한 일제 강점 시절 조국의 독립이 언제 올지 모르는,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때 그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랑했다. 별은 그에게 있어 꺾이지 않은 의지의 표상이며, 희망이며, 조국의 독립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별은 우리 대기업 로고로도 자주 사용된다. 삼성은 물론 LG의 이전 이름도 샛별을 뜻하는 금성이었다. 새벽을 뜻하는 효성그룹도 있다. 이 중 두 그룹은 가족간 갈등으로 이런저런 곤란을 겪고 있지만 이름을 헛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지는 못할망정 부끄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