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록 공방, 검찰 수사 종결 때까지 중단하라

입력 2013-10-04 17:37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한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여야 정쟁으로 일파만파 번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검찰은 노무현-김정일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고, 이지원에 등록됐다가 봉하마을로 유출된 초안이 삭제됐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누가, 왜, 어떤 경로를 통해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정치권이 비난전을 벌이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의미가 크지도 않다.

현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사초폐기’ ‘국기문란’이라고 민주당과 친노(親盧) 인사들을 몰아붙이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검찰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행위자들은 명백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며 사법처리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위의 주체와 경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자(死者)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마구잡이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진영 의원 파문을 덮으려는 여권의 정략에서 비롯됐다는 야권의 주장도 새겨들을 만하다. 시기상 전혀 엉뚱한 주장이 아닌 데다 그렇게 보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친노 인사들이 반격에 나서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전부 넘겼다는 지금까지의 주장이 일단 허위로 밝혀진 이상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최종본을 이지원에 등록하면서 초안이 이관 대상에서 빠진 것일 뿐 고의로 이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최종본이 국가기록원에는 없고 ‘봉하 이지원’에만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설명하지 못하면서 왜 방송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지 이해할 수 없다. 향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이 친노 인사들에게 대응을 맡기고 수사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대화록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신속하게 규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