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도 칼럼] “돈 많은 부자교회는 어디다 두고…”

입력 2013-10-04 17:01


무의탁 노인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어떤 때는 내 부모님 같다가도, 가끔 바지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소변을 누는 어르신, 몽둥이로 사람들을 패고 행패를 부리며 가래침을 내뱉는 어르신, 은혜를 원수로 갚고야 마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사람을 섬기자고 여기까지 왔지, 짐승을 사육하는 거 아니잖아요?’ 하는 의문과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주님은 “일도야, 여기 이 작은 자 하나에게 하는 것이 곧 내게 하는 것이고, 이들에게 하지 않는 것이 내게 하지 않는 거란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굶주린 분들을 위해 무상 급식하는 밥퍼사역보다도 이분들 몸을 씻어드리고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상한 마음까지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일이 몇 배, 아니 몇 십 배나 더 힘이 들었지만 이 일을 나서서 돕는 자원봉사자들은 극소수였습니다.

“목사님! 참된 섬김, 참된 자원봉사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욕심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자원봉사를 하며 참사랑을 실천하며 살 수 있나요.” 모두가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25년 동안 다일공동체와 함께 섬김과 나눔의 사역을 해왔다는 저조차도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계속 해오는 질문입니다.

섬긴다는 것. 타인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조금씩 양보하고 이익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이런 분들이 분명히 계시기에 그분들의 삶을 통해 나의 모습을 다듬어 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을 때, ‘이제는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새로운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섬김을 통해서였습니다.

섬김은 거창한 일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며 어떤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진정한 섬김은 어느 특별한 곳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내가 있는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곳에서 사랑의 나눔과 섬김 사역이 진행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자신의 삶보다 공동체의 삶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먼저 생각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태도와 자세가 견실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일공동체와 다일천사병원을 찾아주셨습니다. 이런 봉사자들이 계셨기에 다일공동체의 섬김과 나눔 사역은 그나마 오늘까지 아름답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든든한 섬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일공동체 초창기 시절엔 병들어 죽어가지만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을 업고 병원에 갔다가 받아주지 않아 되돌아오는 경험을 자주하였습니다. 이유는 돈 한푼 없고 아무 연고가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분들을 치료하고 살리기 위해 청량리 588에서 몸을 팔던 직업여성들이 47만5000원을 모아줬습니다. 그게 개신교 최초의 무료 병원인 다일천사병원 건립을 위한 밀알이 됐고 이후로 원근각처에서 참으로 다양한 분들이 상처받은 치유자를 위해 헌신해주셨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 발걸음으로 천사운동을 시작한 날이 21년 전 ‘천사데이(1004 DAY)’입니다. 죽어가는 한 사람,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려보자고 천사운동을 시작한 날이 바로 어제 10월 4일 천사의 날인 것입니다. 병원이 동전 100원에서부터 100만원까지 정성어린 기부로 세워진 것도 기적이지만 11년 넘게 지금까지 무료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사실 더 놀라운 기적입니다. 앞으로도 다일천사병원은 하나님은 고치시고 우리들은 봉사하는 처음의 정신으로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는 병원으로 주님 다시 오시는 날까지 무료병원으로만 남아서 소외된 이웃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실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물어 왔습니다. “왜 하나님은 돈 많은 부자 교회는 어디다 두고, 하필 가장 돈 없는 교회를 통해서 무료병원을 세우시고 청량리에서 탄자니아 쿤두치까지 놀라운 사랑의 기적을 이루려고 하셨을까요?”

돈 많은 교회나 자선사업가가 하면 돈이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다일공동체가 하면 믿음으로 했다고 할 것입니다. 또 최 아무개 목사나 자원봉사자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위해 친히 먹이시고 치료하시고 살리셨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일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