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천고마비의 계절
입력 2013-10-04 17:02
더위가 극에 달해 끝날 것 같지 않던 한여름도 이제 막을 내린 듯싶다. 아침저녁으론 제법 선선해져 새벽녘 잠자리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이불을 당기게 되는 계절이 되었다. 들녘에는 가을의 아름다운 전령인 코스모스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코스모스가 들녘을 수놓고 있다. 정말로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이라는 찬송 구절이 실감나게 해주는 계절이다.
가을 창조세계는 왜 아름답고 건강할까?
우리 조상들은 가을을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天高馬肥)’이라고 일컬어 왔다. 삶 속에서 관찰된 그대로 설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돌아보니 매년 가을이 되면 푸르른 하늘이 우리를 빨아들일 듯 높아지고 밥맛이 좋아지며 동물들이 통통하게 살을 찌우는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런 현상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 먼저 기온과 기초대사량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기초대사량은 우리 몸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조금 더 의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자율신경계라는 말초운동신경계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야기가 좀더 어려워졌는지 모르지만 자율신경계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운동계통을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심장이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박동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그 이해는 간단하다. 예컨대 심장의 박동은 우리가 깊은 잠에 빠져 편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생명 유지를 위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어디 심장뿐인가. 소화관의 평활근, 호흡기의 평활근, 비뇨기계의 평활근 등 모두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있음의 표시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때 사용된 모든 에너지를 합해 기초대사량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몸이 알아서 쓰는 에너지가 밖의 온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즉, 밖의 온도가 높으면 따라서 기초대사량도 올라간다는 말이다. 보고에 의하면 밖의 온도가 30도(섭씨)인 때 기초대사량은 밖의 온도가 4도(섭씨)인 때에 비해 무려 3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이 더위에 쉽사리 지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를 기초대사량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더운 한여름을 돌아보면 특별히 무엇 하나 제대로 한 일도 없는데 집에 돌아보면 지쳐서 녹초가 되곤 했을 것이다. 이는 높이 올라간 밖의 온도에 의해 증가된 기초대사량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를 지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여름철에 보신탕을 챙겨 먹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우리 몸은 증가된 기초대사량을 맞추기 위해 몸을 조정하게 된다. 즉 소화관에서의 흡수율을 높이고 에너지 생성 관련 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는 등 몸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요즘같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며 전체적인 기온이 낮아지게 되면 우리 몸은 즉시 그 기온의 변화에 반응해 기초대사량을 줄이게 된다. 그러나 증가된 기초대사량에 맞추어 조정된 몸의 조건들까지 기온에 맞게 에너지 공급을 낮추는 변화가 완성되는 데는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가을이라는 기온이 낮게 변화되는 전환기 계절에는 짧으나마 잠시 에너지가 남게 된다. 그 결과 에너지 비축의 현상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르게 되는 것이다.
알맞은 기온·기초대사량 감소가 주요인
이렇듯 정상적으로 살짝 살이 오르는 것이 정상인 가을임에도 체중 감소가 현저해졌다면 한번쯤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질환에 대한 전문적 검진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현대인이 가장 많이 겪는 질환 중 하나가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 같은 에너지 대사 관련 질환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