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크리스털 캐슬’ 펴낸 ‘나가수’소향… “예수님 계신 수정성으로 함께 여행가요”

입력 2013-10-04 18:45


가수 소향이 소설책을 냈다고? 지난달 중순 ‘크리스털 캐슬’(리더십하우스)이라는 책이 도착했을 때 주위에서 두세 가지를 연달아 물었다. “소향이 실제로 쓴 책이냐?” “도대체 언제 책을 썼지” “책을 왜 쓴 거야” 등등이었다. 소향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1층 카페에서 만난 소향은 밝은 자줏빛 재킷에 파란 스키니진 차림이었다. 판타지 소설 주인공처럼 밝고 경쾌해 보였다.

소향의 책은 벤치 그리고 블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크리스털 캐슬 제1권이다. 앞으로 7∼8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평범한 열일곱 살 소녀 케일린은 공원 벤치에 앉았다가 크리스털 캐슬, 수정성을 여행한다. 케일린은 예수님으로부터 신비한 블록을 받고 친구 애론, 제이크와 함께 이곳저곳 시간여행을 한다. 크리스털 캐슬은 하나님의 약속과 심판을 담은 요한계시록을 판타지 소설로 쓴 것이다.

-소향씨가 책을 냈다고 하니 다들 ‘자기가 쓴 책이야?’라고 묻더라고요.

“(한참 웃음) 저도 소설을 쓰게 될지는 몰랐어요. 제가 일기 쓰는 것도 좋아하고 이것저것 메모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러다 4년 전에 랩탑(노트북 컴퓨터)이 생겼어요. 스케줄이 비는 날이면 동네 카페에 가서 하루 종일 랩탑을 두드려요. 자판 두드리는 맛이 있어요. 외국에서도 아침에 제가 사라지면 대개 근처 카페에서 글 쓰는 거죠. 첫 문장 ‘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던 것 같다’를 쓴 뒤 죽 써내려갔어요. 케일린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지금 5권을 쓰고 있어요.”

-스토리에 대한 구상 없이 소설을 쓸 수는 없었을 텐데요.

“성경 중 요한계시록이 가장 좋아요. 하나님의 약속과 심판이 매우 환상적인 장면으로 표현돼 있잖아요. 이걸 다뤄보고 싶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벤치에 앉았다가 하나님이 계신 수정성을 여행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예수님의 전용 메신저 ‘블록’을 통해 그분의 명령에 따라 시간 여행을 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소녀의 눈으로 하나님 약속을 돌아봤어요.”

-아침마다 성경을 한글, 영어, 중국어, 히브리어로 읽는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형편 되는 대로요. 집에 여러 번역본 성경까지 모두 10권이 있네요(손으로 꼽았다). 대조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예를 들면 창세기 가인과 아벨 이야기 있죠.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창 4:7)라는 부분에서 죄가 엎드려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영어성경에 보니 ‘sin is crouching at the door. Its desire is for you’라고 돼 있더라고요. 죄를 동물에 비유한 거죠. 죄가 사람을 얼마나 강하게 원하는지 먹이를 잡기 위해 웅크린 자세로 엎드려 있을 정도라는 거예요. 히브리어 사전에 죄는 ‘h˘atta't’인데 이 의미에는 속죄물의 뜻도 있었어요. 우리 죄를 지고 속죄물이 된 예수님을 좀더 쉽게 이해하게 됐죠. 성경을 조금씩 알아가는 게 재미있어요.”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고 깊이 묵상하는 것 같네요. 크리스털 캐슬 어떻게 쓰게 됐어요?

“저는 스무살 때부터 요한계시록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드는 꿈을 꿨어요. 4년 전부터 책을 썼어요. 1권이 나왔을 때 펑펑 울었어요. 하나님이 제 꿈을 하나씩 이뤄주시는 것 같아서요. 영화 대본을 위해 책을 먼저 쓰게 하신 것 같아요. 소설은 내가 감독이 될 수 있잖아요. 심지어 예수는 누가하고 케일린은 어떤 스타일 여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혼자 배역하는 공상도 했어요.”(웃음)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많이 유명해지셨지요. 한국의 셀린 디온이라는 수식어가 붙더군요.

“사실 저는 ‘하나님의 딸’ 소향이 가장 좋아요. 나가수 무대에서는 사람들의 아픔을 많이 느꼈어요. 처음엔 안 보였는데 무대를 거듭할수록 많은 분들의 눈물, 상처, 아픔이 느껴지더라고요. 이 분들은 꿈을 꾸고 싶어도 아픔 때문에 꿈을 꾸지 못하시는구나, 결국 제겐 하나님이 있기 때문에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걸 강하게 느꼈어요.

-곧 뮤지컬 배우로도 데뷔하신다고요?

“예, 사운드오브뮤직의 마리아 역이에요. 연기를 하려면 그 사람 안으로 들어가야 하잖아요.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수백 번 봤던 영화지만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긴장돼요.”

사운드오브뮤직(연출 김진영)은 12월 6∼15일 대구 칠성동 대구오페라하우스, 내년 1월 4일부터는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