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자주 찾는 김정은 왜] “체제 안정엔 스포츠가 효율적”… 고위급 총동원
입력 2013-10-05 04:08
김정은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이 체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탁구, 레슬링 등 대표팀을 해외에 자주 파견할 뿐 아니라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국제역도대회 등 국제대회도 본격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요즘 북한에서 키워드는 ‘체육’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체육 관련 공개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 18건 중 8건이 체육과 관련된 행사였다. 특히 북한 내에서도 김 제1위원장이 총력을 기울이는 마식령스키장과 미림승마장 건설 등이 모두 체육 분야다.
이 같은 북한 체육의 핵심은 실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설립을 결정했다. 지난달 국제역도대회에서 상당히 민감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허용도 힘 있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4일 “김정은정권의 체제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체육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내부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만들어 장성택이 위원장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김정은정권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고위급 인사 대부분이 체육 관련 직함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체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내각에 소속돼 있지 않고 국방위원회에 들어가 있다. 그만큼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 포함된 인사는 당·정·군에 총망라돼 있다. 부위원장은 노두철 내각 부총리와 최부일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이영수 당 중앙위 근로단체부장이다. 위원은 모두 32명이다. 특히 당 중앙위 비서 9명 중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만 제외하고 8명이 모두 장성택 아래에서 위원직을 맡고 있다. 또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으로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 박도춘 박봉주가 포함됐다. 최태복은 최고인민회의 의장이고 박봉주는 내각 총리다.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는 노두철 김양건 김영일 김평해 곽범기 문경덕 조연준 주규창 등이 들어가 있다.
통일부와 전문가들은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 당, 군, 근로단체 핵심 고위급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포진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 중앙위 정치국은 32명의 핵심 파워 엘리트로 구성돼 있지만 국가체육지도위는 그보다 더 많은 37명의 파워 엘리트로 구성돼 있다”며 “양적으로 당 중앙위 정치국을 능가하는 다수의 핵심 인사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이 국정 중심으로 ‘우뚝’
당·정·군의 핵심 인사들을 망라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발족한 것은 스포츠가 국정의 중심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김정은 정권이 내세운 이른바 ‘사회주의 문명강국’ 건설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체육강국’이다.
김 제1위원장의 체육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그는 올 들어서만 9차례, 한 달에 한 번꼴로 체육경기를 관람했다. 지난 2월과 9월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해 농구경기를 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에는 남한 선수가 출전한 역도선수권대회를 부인 이설주와 함께 직접 지켜봤다.
북한은 또 세계적 수준의 축구선수 양성을 위한 국제축구학교 건설과 스포츠 과학화, 체육시설 리모델링 등에 대한 국가적 투자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 선수뿐 아니라 단위별로 체육경기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또 롤러스케이트장, 배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도 확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북한 최대 실내체육관인 평양체육관의 리모델링이 끝났다. 물론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시찰했다.
북한 언론에서도 체육 비중이 커지고 있다.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매체들은 5월부터 스포츠 코너를 따로 만들어 국제 및 국내 경기들을 매일 비중 있게 중계하고 있다. 북한 언론에서 스포츠 코너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