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3각 공조’ 심야 퍽치기범 잡았다

입력 2013-10-03 22:35


임모(45·무직)씨는 3일 오전 2시50분쯤 서울 남창동 회현역 7번 출구 앞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40대 남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뒤 지갑을 빼앗았다. 임씨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달아났다. 임씨는 택시기사에게 “녹번동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임씨는 녹번동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임씨의 도주는 오래 가지 못했다. 때마침 사건 현장을 지나치던 시민 김모(35)씨가 이 장면을 목격한 뒤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후 김씨의 기지와 경찰의 재치, 택시기사의 연기 3박자가 맞아떨어진 추격전이 시작됐다.

김씨는 출발하는 택시를 급히 쫓아가 육안으로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112에 알렸다. 경찰은 김씨가 알려준 차량번호로 택시회사를 조회하고, 체포작전을 개시했다. 경찰은 택시기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뒤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택시기사에게 전화로 “듣기만 하라. 시간을 끌면서 목적지 근처의 파출소나 경찰서로 향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택시기사는 친구와 대화하는 시늉을 내며 “홍제동에서 녹번동으로 가고 있어”라는 식으로 경찰에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렸다. 뒷자리에 타고 있던 범인 임씨는 기사가 경찰과 통화하는 줄은 까마득히 몰랐다.

택시기사는 녹번역 근처에서 순찰을 돌던 녹번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을 발견하고 택시를 세웠다. 기사는 경찰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택시 뒤를 쫓던 남대문경찰서 강력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강력팀이 자신을 체포하려 하자 임씨는 “왜 죄 없는 사람을 잡느냐”며 저항했다. 하지만 택시 안에서 임씨가 빼앗은 지갑이 발견되자 임씨는 고개를 숙였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4일 강도상해 혐의로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와 택시기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범인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