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박호범 교수 연구팀, 그래핀 이산화탄소 분리막 세계 첫 개발
입력 2013-10-04 03:08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처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차세대 이산화탄소 분리막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조기 상용화될 경우 수조원대 매출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양대 박호범(사진)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 그래핀을 활용해 배기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포집·처리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분리막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그래핀은 실리콘보다 전류가 100배나 잘 흐르고 신축성도 좋아 학계에서 각광받는 차세대 소재다. 연구팀은 그래핀과 그래핀 유도체의 크기를 조절하고 새롭게 배열하면 이산화탄소만 분리해낼 수 있음을 규명했다. 기존 분리막과 비교해 두께는 100분의 1 이하(5나노미터 이하)로 줄어든 반면 성능은 1000배 이상 향상됐다.
게다가 이번에 개발된 그래핀 기반 분리막은 강한 용매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분리막의 경우 지지체가 강한 용매에 녹아 대량 생산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지적돼 왔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분리막의 원천 소재와 제조 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2∼3년 내 조기 상용화도 가능해졌다.
분리막은 현재 해수 담수화, 흡착제, 이차전지, 이산화탄소 포집·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시장 규모만 2016년 3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분리막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처리(CCS) 기술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이산화탄소를 포집·처리하는 방식들 중 분리막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CCS란 이산화탄소를 포집·압축한 뒤 땅속에 저장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시키는 기술이다.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중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5년 79%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판 4일자에 게재됐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