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에 몸살앓는 국립공원] 예산·인력 태부족… 주먹구구 관리
입력 2013-10-03 18:44
우리나라 자연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이 생태계 교란 외래종 동식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이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립공원 내 외래종 분포 및 방제 현황’에 따르면 국내 20개 국립공원에 돼지풀, 애기수영 등 생태계교란 외래식물 총 12종이 30만6809㎡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장(7140㎡) 43개 면적이 외래종에 잠식된 셈이다. 파랑볼우럭,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등 외래동물 6종도 1만4390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식 범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내장산, 변산반도 등에 집중됐던 외래식물종은 올해 계룡산, 덕유산, 태안해안국립공원까지 확산됐다.
국립공원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전국 20개 공원마다 실태조사 및 제거방법은 제각각이다. 전문 인력의 도움 없이 사무소 직원들이 생태계 조사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3일 “생태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예산과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생태교란 외래종이 문제가 된 지는 수년 전부터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생태계 교란종 및 외래종 관리’ 예산이 배정됐다. 지난해 예산은 1억5000만원이었고, 올해 책정된 금액도 2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들고양이, 방목가축, 방사동물 구제비용까지 포함돼 있어 외래종 방제에만 지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국립공원 내 외래종에 대한 정밀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외래동물 분포현황의 경우 2011년부터 추정치만 발표되고 있다. 분포현황은 공원마다 농어촌공사 직원 등 지역 전문가가 기준을 설정해 추정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체계적인 추정작업이 아니라 지역 전문가들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외래식물의 경우 직원들이 직접 서식면적을 확인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내년부터 외래종 유해성 평가를 합동 추진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예산과 인력 문제로 양 기관 간 협동조사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제거작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개 국립공원이 각자 상황에 맞게 현황을 파악하고 제거작업을 펼친다. 식물의 경우 직원들이 직접 뿌리 뽑기를 하고, 어류의 경우 산란기에 낚시 등의 방법으로 제거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배정된 예산으로는 장비비, 협조기관 자문비, 자원봉사자 운영비를 지급하기에도 빠듯해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인건비를 지출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지자체는 환경부 지원으로 포상금제를 도입해 외래종 제거에 힘을 싣고 있지만 국립공원의 경우엔 관련 규정이 없다. 대신 일부 공원은 제거작업이 집중되는 시기에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처음 받은 예산을 각 공원에 나눠준 뒤 남은 금액으로 보트 한 대를 장만했다. 이전에는 물가에서만 방제작업을 했지만, 보트를 이용해 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을 뿐이다. 공단 관계자는 “체계적인 작업을 위해선 수중장비를 갖추고 다이버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주로 각 공원 사무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조사, 연구 및 방제작업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