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여론 역풍… 美 공화당 불협화음

입력 2013-10-03 18:37 수정 2013-10-03 22:37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 돌입한 이후 처음으로 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만났지만 협상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셧다운 이틀째인 이날 의회 지도부와 함께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대통령이 협상거부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내년 잠정예산안 통과와 정부부채 한도 상향 등 두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셧다운과 관련해 여론은 민주당과 자신 편이라는 것을 믿고 강공을 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1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회담에 참석한 뒤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문제에 단단히 얽매인 상태”라면서 성과가 없음을 시사했다. 리드 원내대표는 베이너 하원의장이 셧다운 사태를 이용해 오바마케어를 철회시키거나 망치겠다는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지출이 포함된 상원 잠정예산안에 반대해 21시간 동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동료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정치전문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날 미 상원 맨스필드 빌딩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교착상태에 빠진 연방정부 셧다운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을 퍼부었고, 크루즈 의원은 제대로 답을 못하고 쩔쩔맸다는 것이다. 크루즈 의원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막기 위해서는 연방정부 폐쇄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 일부도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의회 지도부에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셧다운이 경제적 재앙이 된다는 우려가 커지자 공화당의 전통적 우군이었던 미국 재계도 이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손을 잡았다.

한편 셧다운 이틀째에도 갖가지 해프닝이 속출했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립공원, 박물관 등이 일제히 문 닫은 가운데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노병들’의 항의로 워싱턴DC 국립공원 내 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비는 셧다운이 일시 해제됐다. 또 지난해 공공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를 제시해 무려 1억 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을 절감하는 데 기여하고도 셧다운에 해고된 공무원도 워싱턴포스트(WP)에 소개됐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