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시서 아시아 홀대로?… 美 외교중심축 중동 이동

입력 2013-10-03 18:37

2011년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혹은 ‘재균형(rebalancing)’으로 불리는 ‘아시아 중시’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한 아시아가 미국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는 지역 강대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방예산 등 자원 배분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시아 중시는 말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중동 중시론자로 알려진 존 케리 국무장관이 새로 들어서고 올 들어 시리아 내전 악화, 이란 핵 협상, 이집트 정정 불안 등이 겹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 기조가 ‘중동으로 재회귀(Repivot to Middle East)’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6일부터 시작 예정인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4개국 순방은 아시아 중시 정책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과 결의를 보여줄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연방정부 셧다운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태로 오바마 대통령의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방문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에서 각각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는 참석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순방 직전 외교일정을 취소하는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동남아시아 전문가 어니스트 바우어 선임보좌역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일정 단축이나 취소는 상당한 지정학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대한 역내 국가의 의구심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두고 2일부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순방에 나섰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