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자녀 위반’ 벌금 2012년 최소 2조9000억원 거뒀다

입력 2013-10-03 18:36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및 폐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모우(63)는 4명의 여성에게서 최소 7명의 자녀를 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민일보는 지난 5월 장쑤성 우시의 인구계획생육위원회가 장 감독에 대해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위반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장 감독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소득의 두 배에 해당하는 약 1억6000만 위안(약 280억원)의 ‘사회부양비’를 벌금으로 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3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한 자녀 정책 위반으로 지난해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등 중국의 21개 성·직할시 등에서 최소 168억 위안(약 2조9000억원)을 벌금으로 징수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통신은 지난 7월 항저우 출신의 우여우수이 변호사 등이 사회부양비를 징수하는 전국 31개 성·직할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수치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정보공개에 응한 21개 지방정부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사회부양비를 징수한 곳은 장시성으로 33억9000만 위안이었다. 반면 칭하이성은 350만 위안으로 벌금액수에서 장시성과 무려 10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사회부양비는 인구계획법상 모두 인구계획 사업에 쓰이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징수액 산출방식이 복잡한 데다 수입과 지출 등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공무접대비, 출장비, 공무용 차량비용을 일컫는 ‘3공 경비’와 함께 대표적인 공직비리의 온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국가심계서(감사원)가 충칭시와 쓰촨성, 윈난성 등 9개 성·직할시의 사회부양비 유용실태를 적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일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출신 변호사 14명이 심계서에 서한을 보내 사회부양비 징수와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심계서가 적발한 내용에는 이들 지방정부가 200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 자녀 정책 위반으로 벌금 16억 위안을 징수한 뒤 3억2000만 위안을 국고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과정에서 초과 출산인구 통계를 2만1114명에서 1만4235명으로 축소 보고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패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비리근절을 위해 한 자녀 정책을 이르면 2015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책 재검토는 초고령화 사회진입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등도 감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각종 이권에 얽힌 지방정부가 순순히 따르지 않고 저항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 자녀 정책 폐지는 쉽지 않아 보여 사회부양비 유용을 둘러싼 부패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공개 청구에 관여한 황이즈 변호사는 “벌금은 국민의 감시를 받지 않아 일부는 부정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정책으로 (중절을 강요받는 등) 여성과 어린이는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