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박병호 배트던지기는 홈런 낳는 자연스런 동작

입력 2013-10-04 04:58

야구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홈런 타자들이 지켜야할 불문율이 있다. 홈런을 확인한 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능한 한 빨리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하는 것이다. 홈런을 허용한 상대 투수를 배려한 매너다. 홈런 세리머니라야 홈인 한 뒤 동료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정도에 그친다. 만약에 그라운드를 돌면서 과도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다음 타석에서 몸맞는 볼을 각오해야 한다.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굳힌 넥센 박병호(27)의 홈런 뒤 ‘배트던지기’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일 현재 3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박병호는 홈런 뒤 허리를 뒤로 젖히며 배트를 3루쪽으로 던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타법을 과시하고 있다. 몸을 살짝 뒤로 젖히면서 타격하기 때문에 중심을 잃지 않도록 배트를 던지는 것이다. 꼭 박병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두산의 최준석 등 장타자들에게 가끔 볼 수 있는 동작이다.

문제는 타팀 선수들이 볼 때는 투수를 자극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타자들의 과도한 세리머니는 가끔 미국 방송에서 흥밋거리로 보도될 정도로 자극적인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박병호 자신은 “자연스런 배팅 동작의 연장선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상대팀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항변한다. 그는 또 “이 같은 던지기 동작이 안 이뤄지면 홈런을 많이 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박병호의 배트던지기 동작은 보다 엄격한 매너를 요구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기준에서 보면 분명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박병호 뿐 아니라 그동안 수많은 국내 홈런 타자들이 이 같은 배트던지기를 해왔음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을 법하다. 다만 일부 선수들 중 가끔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과도한 홈런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은 스포츠맨십 차원에서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