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폐기 공방] 입장 뒤바뀐 檢·국정원 VS 민주
입력 2013-10-03 18:27 수정 2013-10-04 01:08
검찰·국가정보원은 그동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법적 성격을 공공기록물(2급 비밀)로 규정했고 민주당은 대통령기록물이라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검찰이 참여정부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봉하마을 버전)에서 발견한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로 결론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 입장이 뒤바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법령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자문·경호기관이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생산·접수하여 보유한 기록물과 물품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기록물과 공공기록물의 성격은 따로 지정 절차가 없어 생산과 보유 주체에 따라 결정된다. 대화록의 성격에 따라 처벌 유무나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고소·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화록은 대통령 보좌기관이 생산한 자료가 아니고 국정원이 자체 생산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에서 관리한 문건”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근거로 지난 6월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었다. 반면 민주당은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이 분명하다”며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그러나 검찰 중간수사 발표로 양측은 기존 입장을 번복해야 할 상황이 됐다. 민주당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았던 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하려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공공기록물로 분류했다’는 검찰과 국정원의 입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도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한 대화록의 경우 국정원이 생산한 문건을 청와대가 ‘접수’해 ‘보관’한 것인 만큼 문건의 성격이 국정원의 것과 다르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국정원이 대화록을 생산했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다시 접수·보관한 만큼 대통령기록물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봉하 이지원에서 찾은 대화록 2개 중 1개는 국정원 보관본과 사실상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내용의 대화록에 서로 다른 법적 성격을 부여하면서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