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화부, 민간보조금 운영 주먹구구

입력 2013-10-04 04:58


연간 1조원이 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민간단체 보조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문화부는 2009년 감사원 감사에서 보조금 부실운영이 적발되자 이듬해 관리규정을 신설하고, 전산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지키지 않았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 여론이 들끓자 고치는 시늉만 했던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실이 문화부의 ‘민간 보조사업비관리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보조금을 받은 2759곳 가운데 사업자 및 단체 965곳(35%)은 1년간 단 한 차례도 이 시스템에 사용내역을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아간 보조금은 599억원이다. 문화부가 2010년 1월 마련한 ‘민간단체 보조금 관리규정’은 민간 사업자가 보조금을 집행한 뒤 사용내역을 10일 이내에 보조사업비관리시스템에 입력하도록 돼 있다.

문화부의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관리규정에는 문화부 담당 사업부서가 매주 1회 이상 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사용내역을 점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문화부의 83개 사업부서 중에서 이 규정을 지킨 곳은 24곳뿐이었다. 특히 27개 사업부서는 지난해 단 한 번도 관리시스템에 접속하지 않았다.

인건비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조금을 카드로 지출하라는 원칙도 유명무실했다. ‘보조금 사업비 카드 사용률’은 감사원 지적 당시인 2009년 2.78%에서 지난해 2.4%로 오히려 떨어졌다.

관리시스템과 관리규정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곳곳에서 혈세가 낭비되고 있었다. 최근 적발된 성균관의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횡령·유용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검찰조사에서 최모(78) 성균관 관장은 국고보조금 23억5000만원 중 5억4000만원을 횡령·유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달 초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문화부는 검찰조사 전까지 횡령 사실을 몰랐다.

의원실 확인 결과 최 관장은 2011년 예산 7억5000만원 중 404만원(0.54%), 2012년 예산 5억4000만원 중 648만원(1.2%)만 카드로 지출했고, 나머지 비용은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발된 한국문화원연합회 경리직원도 계좌이체로 국고보조금 6억3700만원을 횡령했다. 김 의원 측은 “문화부 사업부서 담당자 중에는 관리시스템이나 관리규정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며 “문화부가 관리를 강화했다고 자랑만 했을 뿐 1조원이 넘는 보조금 관리는 여전히 총체적인 부실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