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외 3자가 낸 사고 렌터카 보험혜택 못받아”

입력 2013-10-03 18:25

2006년 여름 충북에 사는 김모(29)씨는 친구들과 강원도 홍천으로 피서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오모씨가 렌터카 업체에서 승용차를 빌린 후 김씨와 다른 친구들을 태워가기 위해 제천까지 운전해 왔다. 친구들을 만난 오씨는 김씨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그러나 그들이 탄 차는 제천을 벗어나기도 전에 사고가 났다. 제천 시내 한 교차로에서 달리던 승합차와 충돌한 것이다. 승합차와 김씨 일행의 과실비율은 60대 40. 렌터카 업체의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이 비율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54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김씨 일행의 피서길 사고는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동부화재는 그러나 뒤늦게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를 빌린 사람은 오씨인데 김씨가 사고를 냈으니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임차인 외 제3자가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 동부화재는 지급된 보험금 5400여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오씨의 동의 하에 김씨가 렌터카를 운전했기 때문에 김씨는 약관이 피보험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는 ‘임차인으로부터 승낙을 받은 운전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오씨가 차를 빌릴 때 작성한 계약서에는 제3자가 사고를 내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여기서 ‘제3자’는 임차인 본인 이외의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씨가 오씨의 허락을 받았더라도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