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0%룰’ 족쇄 풀리자 주식 쇼핑 종횡무진
입력 2013-10-03 18:19
국내 최대 투자기금인 국민연금공단이 투자 폭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투자를 위축시킨 ‘10%룰’이 완화되자 10% 이상 주식 보유 기업이 26개사로 대폭 늘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현재 삼성물산, KT, LG상사, 롯데푸드, 만도, LS 등 10%가 넘는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26곳이다. 지난 2일 하루에만 지분율이 10%를 넘어섰다고 보고한 곳이 한솔제지, 롯데칠성, KH바텍, 코스맥스 등 4곳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애경유화, 휠라코리아, LG상사, 풍산, 한솔케미칼 5곳에서 보유지분이 10%를 넘는다고 신고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투자에는 머뭇거렸다. 특정기업의 지분이 10%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팔면 거래내역을 5일 내에 공시해야 하는 ‘10%룰’에 묶여 있던 탓이다. 수시로 공시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 투자전략까지 노출되는 상황이어서 지분율을 10% 아래 수준으로 아슬아슬하게 관리해 왔다. 당시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이 248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9%가 넘는 종목이 47개였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10%룰이 대폭 완화돼 국민연금은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특정 종목 지분이 10%를 넘더라도 다음 분기 후 첫째 달(1월, 4월, 7월, 10월) 10일까지만 공시하면 되게 했다.
국민연금이 이후 가장 빠르게 지분율을 늘린 곳은 삼성물산이다. 지난달 5일까지 9.90%에 머무르던 이 회사 지분율은 2일 기준 11.39%까지 올랐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삼성SDI(14.17%)의 자리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연금은 이미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에 대해서도 국내 최대주주에 오른 상태다.
국민연금은 휠라코리아의 대주주 자리도 차지할 기세다. 국민연금의 휠라코리아 지분율을 10.17%로 늘려 대주주인 템플턴자산운용(12.31%)과 윤윤수 회장(11.54%)과의 지분율 격차를 각각 2%대로 좁혔다.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