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원 징계는 부당 행위”… 에버랜드 노조활동 방해 또 제동
입력 2013-10-03 18:20 수정 2013-10-03 22:35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임직원 연락처 등을 빼낸 노조원에게 에버랜드가 내린 정직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측이 노조를 탄압한 정황이 판결의 근거가 됐다.
에버랜드 직원 김모씨는 2011년 7월 조합원 4명으로 구성된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 활동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에버랜드는 노조 설립 사흘 만에 부위원장 조모씨를 형사 고소했다. 회사 임직원 4300여명의 개인정보를 개인 이메일로 전송한 혐의였다. 위원장 박모씨가 직원들에게 발송한 노조 홍보 메일도 ‘사규에 위반된다’며 삭제했다. 조합원들은 같은 해 8월 직원들에게 노조를 홍보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려 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사측은 에버랜드 정문 등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는 조합원들을 내쫓았다. 홍보물을 돌린 조합원들마저 주거침입죄로 고소했다.
에버랜드는 김씨가 노조 설립에 앞서 임직원 1800여명의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등을 개인 이메일로 전송한 사실도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 김씨는 ‘정보보호 규정’ 등을 어겼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에버랜드의 징계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자 김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김씨가 “정직 2개월 처분은 부당하다”며 중노위 등을 상대로 낸 부당정직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측이 조합원들을 무리하게 형사 고소했고, 유인물 배포 등 정당한 노조활동을 막았다”며 “사측의 감시나 방해가 예상되자 김씨가 직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하려고 연락처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유인물 배포를 막은 사측의 행위는 지난 5월 같은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됐다. 에버랜드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합원들도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