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성 좋은 외국인, 삼성전자 2조6500억어치 폭풍 흡입
입력 2013-10-03 18:19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끌고 가고 있다.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한 발짝씩 물러날 때도, 대내외 투자환경이 위축되는 순간에도 굴하지 않고 26거래일째 주식을 사들였다. 1900선에서 헤매던 코스피 지수를 2000선까지 끌어 올린 외국인들은 과연 어디에 투자했을까.
◇외국인에 의해 부활한 삼성전자=한국거래소는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8월 23일부터 전날까지 총 9조5773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매수행렬을 이어가며 가장 많이 산 주식은 단연 삼성전자다. 이들은 삼성전자에 2조6525억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다. 외국인들의 매수가 대거 이어지자 삼성전자 주가도 지난달 23일 129만5000원에서 전날 141만8000원으로 치솟았다.
국내 주식시장의 기둥인 삼성전자의 상황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정반대였다. 6월초까지 152만원이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가가 6월 6일 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이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 전망을 약 3조원 줄이고, 목표 주가도 대폭 낮추면서 속절없이 추락했다. 한 달 후인 7월 8일 삼성전자 주가는 120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에 꺾였던 주가가 외국인에 의해 다시 살아난 이유는 꾸준한 영업이익에 있다는 평이다.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등 최신 주력제품이 호평을 받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 3∼4분기와 내년에도 확실한 이익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적정주가는 180만 원 선”이라고 분석했다.
◇대형주에 올인, 개미가 찾은 업종은 외면=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외에도 대형주를 즐겨 찾았다. 삼성전자에 이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곳은 네이버(NAVER)다. 네이버는 사명 변경 등의 이유로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8일까지 거래가 정지돼 있었음에도 외국인이 712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외에도 포스코(6888억원), 현대차(6763억원), SK하이닉스(6697억원), 기아차(3730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개별 종목 외에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200을 무려 8269억 원어치 매입했다. KODEX 200은 국내 대표 주식 200개의 주가지수로 구성해 수익률을 그대로 추적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외국인들은 대형주를 대거 매입하는 동시에 이들 주가를 쫓는 KODEX200을 동시에 사들여 수익을 2배로 이끌었다.
반면 엄청난 매수세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외국인이 외면하는 종목도 있었다. 이들은 8월 23일부터 전날까지 무려 3569억 원어치의 NHN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내던졌다. ‘웹보드 게임 규제안’ 등 불안요소가 있어 외국인들이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물산(-715억원), KB금융(-619억원), LG이노텍(-596억원) 등의 주식도 차익실현에만 몰두했다.
업종별로 따지면 외국인은 의약품과 의료정밀 업종에서 290억 원어치를 되파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정밀 업종은 연초보다 65%이상 뛰었고, 의약품업도 16%가 넘게 올랐다. 이처럼 확연한 상승세에도 외국인들이 철저히 외면한 것은 이들 업종에 테마주가 많아 장기적·안정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셧다운 장기화만 피하면 여전히 긍정적=외국인의 사자세와 달리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외국인의 투자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대세지만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불안감이 남아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등의 장기화에 대비해 지나치게 외국인을 쫓아가기보다는 관망할 것을 권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 셧다운은 이미 노출된 악재여서 시장 기대대로 단기간에 마무리된다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다만 부채한도 확대 협상 결렬로 이어지고 셧다운이 길어지면 스토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미 정치적 이슈만 제외하면 모든 바람이 투자에 긍정적으로 불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이 미국 경제의 역성장을 일으키는 수준만 아니라면 일시적 조정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며 “한국 수출이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고 미·중·유럽의 경제지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