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유출·거짓 경조금·향응수수… 한수원, 기강해이 도넘었다

입력 2013-10-03 18:11


잇따른 원전비리로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을 불러온 한국수력원자력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비리 연루 직원의 사법 조치, 여론의 잇단 질타에도 한수원 직원의 비리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수원이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완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징계를 받은 한수원 직원은 49명이다. 국가적 사업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를 위해 파견된 직원 4명은 지난해 8월 음주운전과 공무집행방해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에게 행패를 부렸다. UAE는 음주가 금지된 국가다.

UAE 파견 직원 가운데 다른 한 명은 부모 회갑이라고 속여 회사에서 주는 경조금까지 챙긴 뒤 12일간 휴가를 다녀왔다. 한수원은 부당 지급된 경조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처벌을 대신했다. 내부 교육생에게 평가문제를 유출해 합격을 도운 다음 포상금을 나눠가지려 한 직원도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비위 행위는 상식 이하의 수준이었지만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자신의 외상값을 납품업체에 대납하도록 요구한 직원은 견책 처분에 그쳤다. 수의계약 대상이 아닌 사업을 지인에게 수의계약 형태로 넘긴 직원도 경고만 받았다.

납품업체에서 상품권을 받거나 향응수수·골프접대·청탁알선 등 비위를 저지른 직원은 정직 또는 감봉의 징계를 받았다. 일가친척이 한수원 산하 발전소의 납품업체로 등록된 사실을 알고도 숨긴 고리원전 간부 등 18명에게는 주의 처분만 내려졌다.

지난해 고리원전 소방대원의 히로뽕 투약 사건으로 직위 해제됐던 간부들은 불과 3개월 만에 원래 자리로 복직했다.

박 의원은 “외부에서 이슈가 되지 않으면 징계는 대부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면서 “이런 근무기강이 결국 올 여름 원전 가동 정지와 전력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