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동양 사태 막자”… 채권단, 재벌그룹 재무개선 압박 강화

입력 2013-10-03 18:11

‘동양 사태’가 다른 재벌그룹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채권단이 재무상태 개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력 계열사의 부채가 급증했거나 실적이 급락한 그룹을 대상으로 채권단이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 유동성 확보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증권가와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동부, 두산, 한진, 현대, 코오롱 그룹 등의 일부 계열사에서 재무상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설, 해운 사업 등이 주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올 초 STX그룹 같은 사례가 앞으로 줄줄이 나올 수 있다”며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시장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문제될 소지가 있는 그룹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그룹은 시장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이들은 빌딩 매각 등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거나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으로 실적이 호전돼 동양과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단기 차입에 많이 의존하는 건설업계의 경우 상위 27개사 회사채 4조8000억원어치가 내년에 만기를 맞고 10개 주요 건설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도 내년에 3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자금시장이 경색될 경우 한순간에 쓰러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들 그룹이 당장 동양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자금 조달을 조금이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