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동양 투자자들… 집단소송 움직임

입력 2013-10-03 18:11

㈜동양, 동양시멘트 등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잇단 법정관리 신청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개인들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법원에 탄원서를 내는가 하면 집단소송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동양증권의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환매에 나서는 등 이탈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칭)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투자자 1010명이 참여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금융투자업계가 3일 밝혔다. 이들은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으며 투자금액은 520억원에 이른다. 또 동양시멘트에 투자한 채권자들은 담당 법원인 춘천지법에 개별적으로 탄원서를 내고 있다.

비대위는 탄원서에서 현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국민을 상대로 채권, CP 돌려막기를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해당 기업 경영진이 재정적 파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회생절차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대위는 투자자 개개인이 채권자협의회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비대위 모임을 사단법인으로 만들어 대표성을 갖춘 단체로 성격을 바꿀 계획도 갖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를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은 카페를 통해 변호사 선임, 향후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어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한 소송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의 회사채와 CP 규모는 모두 1조3000억원에 달한다. 4만명 넘는 투자자 가운데 대부분이 개인이다.

동양증권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과 금리·환율·원유 등을 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등 증권상품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중도환매는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자칫 동양증권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일부는 환매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말 동양그룹 사태가 불거진 후 지금까지 증권상품 환매 금액이 2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