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 ‘빚 돌려막기’… 5년간 26조 늘어난다

입력 2013-10-04 04:58


부채 상위 10개 공공기관이 앞으로 5년간 부채 절감 노력을 해도 금융성 부채는 오히려 26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조원 이상의 이자가 수반되는 금융성 부채가 줄어들지 않는 한 ‘빚더미 위에 빚을 쌓는’ 악순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일보가 3일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비례대표)을 통해 입수한 기획재정부의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0개 공공기관의 금융성 부채는 2013년 271조7000억원에서 2017년 297조8000억원으로 26조1000억원(9.1%) 늘었다.

같은 기간 예상되는 이들 기관의 총 부채 증가액 46조2000억원 중 절반 이상이 금융성 부채로 채워지는 것이다.

10개 공공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부채 규모가 큰 9개 공공기관과 자본이 잠식된 대한석탄공사다. 이들 10개 기관 부채는 관리 대상 41개 공공기관 부채(473조원)의 71.9%를 차지한다.

금융성 부채는 공공기관이 이자를 부담하고 상환의무가 있는 실질적인 빚이다. 이들 기관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올 한해 11조6831억원(평균 차입금리 4.3%)에 이른다.

금융성 부채 증가 원인은 공공기관들이 열악한 자금 사정 때문에 빚을 내서 투자비용을 조달하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자구 노력 없이 손쉽게 회사채를 발행해 부족자금을 차입하는 관행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금융성 부채는 올해 11조7000억원에서 2017년 20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한수원은 발전설비 신규투자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수원의 올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은 0.09로 금융부채에 따른 이자를 감당하기도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부채중점관리대상인 41개 공공기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채 증가율을 MB정부의 4분의 1 수준으로 관리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성 부채 상세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비를 축소하고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을 올려 공공기관들의 부채를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금융성 부채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획기적인 금융성 부채 개선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금융성 부채를 숨기려고 하지 말고 해결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