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명분에 공기업 경영 실종상태
입력 2013-10-04 04:58
공공기관장 인사, 7개월 넘도록 90%가 지연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가 7개월 넘게 지연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청와대가 과거 정권 때마다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원천봉쇄하가 위해 마련한 ‘철저한 공모에 의한 인선’ 원칙이 인물검증 지연과 공공기관 내부 혼란 때문에 제대로 실천되지 않아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제1 메시지인 ‘비정상의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한국전력 코레일 등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들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이래 수차례 투명한 공공기관장 인선을 할 것이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역대 정권이 권력 핵심을 내려앉히는 식으로 인사 전횡을 휘두르는 바람에 공공기관들이 모두 경쟁력을 잃었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인사 관행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스탠스다. 지난 8월 5일 중폭의 참모진 개편을 통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체제를 확립한 뒤에는 순차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선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일 현재까지도 정부가 인사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기업을 포함한 295개 공공기관(기획재정부 2013년 공공기관 지정 내용) 중 기관장 교체가 마무리된 것은 10여곳에 불과하다. 올해 안에 기관장 임기가 종료되는 50여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관장이 모두 이명박정부 때 임명된 사람이라 전원 교체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장 인사가 90% 이상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공공기관 내부에서 온갖 잡음이 불거져 나온다는 점이다. 수장 교체가 기정사실화돼 있음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으면서 공공기관마다 경영진에 의한 적극적인 경영과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공공기관 인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경영자가 정부에 찍혀 곧 바뀔 것이란 풍문이 돌면서 이사 이상 간부들은 일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핵심 경영진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에만 급급하면서 조직이 구(舊)경영진파와 예비 수장후보파로 나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 임원은 “이사급 이상 간부 대부분이 각자 살 길을 찾느라 분주하니 거의 경영백지상태”라며 “청와대에서 ‘저 사람은 안 된다’는 사인만 던져놓고 ‘알아서 이사회를 열어 교체하든가 하라’는 식이니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