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폐기 공방] 삭제된 대화록 초본에 盧-金 대화 원문 있었다

입력 2013-10-03 18:04 수정 2013-10-03 22:28

삭제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에 2007년 10월 회담 현장에서 실제 오간 대화 내용이 원문 그대로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무현정부가 회담 발언 중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수정한 뒤 초본을 삭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참여정부 청와대의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등록됐다가 삭제된 대화록 초본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초본은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수정본, 국정원 보관본과 근본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의미 있는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봉하마을로 유출됐던 이지원 분석을 통해 대화록 초본 외에도 100건 이상의 기록물이 이지원에 탑재됐다가 삭제되거나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도 확인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이 녹음 파일을 풀어 보고한 초본을 열람한 뒤 “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말한 것으로 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정을 명령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이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수정본이 만들어져 이지원에 등록됐지만 이 역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고 노 전 대통령 퇴임 당시 봉하마을로 옮겨졌다가 5개월 만인 2008년 7월 기록원에 반환됐다.

‘사초’라 할 수 있는 초본은 생산된 직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폐기됐고, 이를 다듬은 수정본 역시 정상적 절차대로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셈이다. 검찰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짙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대화록 초본의 내용을 비교 분석 중이다. 앞서 수사팀 전원은 ‘1급 기밀 취급 인가’를 받았다. 초본에는 수정본에 없는 노 전 대통령식의 거침없는 표현과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용이 공개될 경우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다만 검찰은 “대화록 내용은 1급 내지 2급 상당의 기밀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초본이 실제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삭제됐는지와 삭제 배경 및 경위 등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7일부터 대화록 생산과 관리 등에 관여한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시작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