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영웅’ 번개맨이 달라졌어요… ‘2대 번개맨’ 뮤지컬 배우 서지훈
입력 2013-10-03 18:02
“번개 파워∼” 파란 슈트를 입은 번개맨이 하늘을 향해 레이저 광선검을 휘저으면 깜깜하던 무대 위엔 조명이 번쩍이고, 뒤 화면에선 번개 마크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몸을 한바퀴 휙 돌리면 번개맨으로 변신 완료! 이 때 관객석을 가득 메운 1000여명의 아이들은 “번개맨”을 끝없이 외친다.
번개맨은 어린이들과 그 또래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 사이에서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못지않게 유명한 우리나라 토종 영웅 캐릭터다. 토요일 오전 8시30분,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잠을 깨워주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EBS 공개방송 ‘모여라 딩동댕’이 지난달 21일부터 주인공 ‘번개맨’ 출연자를 교체하고 재도약에 나섰다. 새롭게 번개맨 역할을 맡은 뮤지컬 배우 서지훈(35)을 지난 2일 서울 도곡동 EBS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2대’라는 말을 떼어내고 그냥 ‘번개맨 서지훈’으로 불리는 게 첫 목표”라며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웃었다.
“13년간 번개맨으로 활동했던 서주성(39)씨가 워낙 잘 했기 때문에 부담이 없을 순 없어요. 하지만 같은 역할이여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요. 정의롭고 친근한 모습은 유지하면서 더 에너지 넘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번개맨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 잭 더 리퍼, 삼총사 등에 출연했던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아동극. 그는 “교감하는 주체가 어린이기 때문에 조금 더 친절한 톤으로 연기한다”며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는 법, 악당을 대할 때와 친구들을 대할 때를 명확히 구분해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녹화 2주 전 대본이 나오면 캐릭터를 연구하고 표현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조명이나 음향효과, 세트의 움직임과 연기가 완벽하게 맞아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과 함께 동선을 짜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액션은 주로 다리를 공중으로 차면서 뛰고, 텀블링(공중제비)하는 것. 이 장면은 매 회 등장하기 때문에 체력도 틈틈히 길러야 한다고 털어놨다.
번개맨 분장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파랑색 전신 슈트 위에 근육 모양의 조끼를 덧입고 그 위에 다시 번개 마크가 찍힌 은색 망토를 두르고요. 양손엔 장갑을 끼고 광선검과 부채를 들어요. 삐죽빼죽 바람머리 가발을 쓴 뒤 번쩍이는 전기장치를 온 몸에 달아야 진짜 번개맨이 되요.”
번개맨이 되고난 후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친구 결혼식에 갔더니 반응이 확실히 오더라고요. 번개맨이라고 소개했더니 친구 아이들이 귀를 쫑긋하고 서로 사진도 찍고 사인 받겠다고 따르고요(웃음). 친근함의 표현으로 장난도 치고…. 평소 그냥 삼촌으로 봐왔던 아이들이 갑자기 영웅으로 봐줘서 신기합니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의외로 ‘방송엔 나오지 않는 순간’이었다.
“방송엔 일주일에 30분씩 나가지만 현장에선 70분 동안 공연을 해요. ‘비방용’ 공연 중엔 직접 관객 속으로 뛰어 들어가 함께 퀴즈도 풀고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반응이 너무 좋아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주는 아이들, 반가워해주시는 부모들을 볼 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무대 아래서 더 많이 돌아다니고 인사도 더 많이 하려 해요.”
지방에 사는 어린이에게도 관람의 기회를 주고자 ‘모여라 딩동댕’의 공개방송은 전국을 돌며 진행된다. 번개맨이 된 뒤 그는 서울, 경기도 안산, 경북 칠곡과 구미에서 공연했고, 충남 계룡과 경기도 오산 공연도 예정돼 있다. 번개맨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찾아 어디든 떠나겠다는 각오다.
“힘이 닿는 데까지 어린이 여러분과 함께 할게요. 전 아직 미혼인데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길 때까지 꼭 번개맨이고 싶어요. 자랑스런 표정으로 아들과 딸에게 ‘너희 아빠가 번개맨이다’라고 얘기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