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공백 언제까지… 靑, 관치논란에 차일피일 朴, 인사트라우마에 신중
입력 2013-10-04 04:58
관치(官治) 논란으로 2개월 동안 전면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은 지난달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기가 만료된 정부부처 산하 기관장 인선에 국한된 형국이고, 금융권·공기업 수장 인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나마 일부 임명됐거나 내정됐다고 알려진 인사들도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제2관치 논란으로 재점화할 태세다.
청와대는 3일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곳곳에서 잡음이 불거져나오고 있는 상태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끼리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거나 비공식적으로 청와대에서 내정했지만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는 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인선이 지연되면서 불거진 부작용이다.
당초 공공기관장 인선은 9월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계휴가와 추석연휴 기간 인선 작업을 집중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이 8월 말 대통령에게 인선 명단을 넘겼다는 얘기도 여권에서 흘러나왔다. 허태열 전 실장이 교체된 요인 중 하나가 공공기관장 인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고, 김 실장이 취임한 이후 인선 절차에 탄력이 붙었다는 관측도 ‘10월 전 인선 완료설’에 힘을 실었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지연되는 이유로 박 대통령의 ‘인사 트라우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권 초 인사 파동과 관치 논란을 겪으면서 인선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인사 논란 이후 검증 시스템을 대폭 개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장 주재 인사위원회가 추천하는 후보군을 3배수에서 6배수로 넓히고 관련 장관도 추천에 참여하도록 했다. 전과, 납세, 병역, 논문표절 및 위장전입 여부 등 기초적인 검증뿐만 아니라 평판 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전문성도 함께 갖춘 인사’라는 조건을 1순위로 고려하다 보니 시간은 더 지체되고, 낙하산·관치 논란까지 재현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 파동을 비롯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건 전 감사원장 등도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뒤 물러난 것이라는 정황이 노출되면서 인선 작업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공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내서 10월 중 완료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여건상 ‘공공기관의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