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입법예고에 최소 지급액 왜 빠졌나
입력 2013-10-03 17:48
정부가 기초연금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최소 지급액을 당초 발표와 달리 ‘10만원(현재가치 기준)’으로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 정부안에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인정액 기준 하위 70%에게 매월 10만∼20만원씩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2일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최소 지급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으로만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나중에 재정 여건에 따라 하향 조정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전문가들도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최대 지급액 관련 조항도 석연치않다. 지금까지 논의된 최대 지급액 산출 방식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 지급할 기초연금의 최대 지급액으로 20만원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이 금액은 ‘전국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변한다. 즉 평균소득 증가율 대신 그보다 보통 더 낮은 물가상승률에 연동시켜 최대 지급액을 결정토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4년 이후 최대지급액은 실질가치가 주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초연금 지급액을 어떻게든 낮춰보려는 꼼수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초연금 지급액은 세월이 지나면서 현재 가치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법안은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복지부 장관에게 5년마다 기초연금의 장기 재정 소요를 전망하고 기초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지급액은 매년 오를 것이라며 “10만원 보장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최근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는 데다 향후 재정 여건이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큰 현실을 감안하면 장차 최소 지급액 등 지급액 자체가 더 적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대표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복지와 경제(또는 재정안정) 간 정책 우선순위가 최근 2∼3개월 동안 급격하게 후자 쪽으로 기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초연금 차등 지급의 기준이 복지부안인 소득인정액 대신 기획재정부안인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최종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유엔이 발표한 노인복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91개국 가운데 67위를 기록했다. 10위 일본과 35위 중국에도 한참 뒤처진 순위다. 소득 분야에서는 더욱 비참해 꼴찌에서 2등인 90위였다. 보고서는 “한국의 뛰어난 경제성장 수준을 고려할 때 노인복지지수가 아시아권에서도 최하위권인 점은 놀랍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에서 당초안에 비해 거의 줄어들지 않은 사회간접자본 등의 지출을 더 줄여서라도 절박한 노인빈곤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