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결위 상설화로 심의 전문성·투명성 높여라

입력 2013-10-03 17:38 수정 2013-10-03 17:47

국회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일 예산결산특위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자는 데 여야가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예결위를 상시 활동이 가능한 상임위로 바꿔 예산심사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예결위 상설화는 해묵은 과제다. 그 필요성은 십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구조적으로 예산안 부실심의를 막기 어렵다. 예산안은 대개 10월 초에 국회로 넘어와 헌법에 따라 12월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400조원 가까운 예산안을 두 달 안에 꼼꼼히 들여다보고 처리하려면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두 달도 빠듯한데 여야가 정쟁으로 허송하는 기간 또한 적지 않다. 게다가 예결위원들은 다른 상임위를 겸하고 있는 까닭에 예산심사에 전념할 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졸속심의가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다. 예결위를 상임위화했을 경우 다른 상임위와의 법령 소관 및 소관 행정부처 중복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담지 말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다.

예산심의제도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매년 천문학적 예산이 ‘쪽지예산’ ‘밀실예산’ ‘나눠먹기예산’ 등으로 인해 허튼 곳에 쓰이고 있다. “예산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계수조정 과정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의 예산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국민들은 그 내막을 전혀 알지 못한다. 예산심의는 공개가 원칙임에도 계수조정은 밀실에서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호텔방에서도 흥정이 이루어진다.

예결위 상설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예결위 상설화는 국회 예산심의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그보다 중요한 게 투명성 확보다. 예산심의 전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한 ‘쪽지예산’ ‘밀실예산’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없다. 정치권이 공감대를 이룬 만큼 이제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