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조감한 위태롭고 차가운 인간사… 한수영 장편 ‘조의 두 번째 지도’

입력 2013-10-03 17:28


한수영(46·사진)의 신작 장편 ‘조의 두 번째 지도’(실천문학사)는 비둘기의 시선으로 세상을 조망하는 독특한 구조의 소설이다. 공중에 뜬 새의 눈으로 세계를 조감한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시야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선이 어떤 지점을 포착하느냐에 있다.

빌딩 끝 피뢰침에 앉아서 세상을 조망하는 비둘기의 눈에 고교생 조가 들어온다. 공교롭게도 조는 하늘에 떠 있다. 아니, 추락하고 있다. 학교에서 1백 미터 떨어진 아파트 옥상에서. “중력이 조를 40미터 아래 아파트 화단으로 데려갔어. 무화과 그늘 아래로. 몇 년 전, 이삿짐을 올리던 고가 사다리차에서 화분 하나가 떨어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일시에 나무 그늘로 빨려 들어갔어. 순간 정적.”(40쪽)

학교와 입시 학원, 빼곡한 고층 아파트촌, 그 사이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오가고 있는 아이들 가운데 조가 무리에서 일탈해 투신한다. 그런데 비둘기의 눈에는 조의 투신을 목격한 세 명의 또 다른 시선이 들어온다. 오피스텔에서 학원 방을 운영하는 ‘표’, 가정주부로 살아가는 ‘한’, 그리고 공교롭게 형인 ‘조’의 투신을 목격하는 불량 청소년 동생 ‘모’가 그들. 이들은 우연히 조의 ‘투신’을 목격하게 되면서 서로 모종의 연관 관계가 생긴다. 그 연관이란 그들 역시 간신히 투신을 견디고 있을 뿐, 삶이란 언제든 뛰어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위태로운 난간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다. 예컨대 조가 투신하던 순간, ‘한’은 아이가 이 비극을 보지 못하도록 아이의 눈을 가린다. 실은 세 사람 모두 누구든 자신의 눈을 가려주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대신 눈을 가려주지 않는다는 지점이야말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냉정한 우리 시대의 맨 얼굴일 것이다.

작가가 어떤 휴머니티로 기대할 수 없는 비둘기의 시선을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둘기의 지도엔 인간의 고독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